나의 결혼생활 2

신혼여행- “이게 다야?”

by 올리브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결혼을 다시 꼭 이 사람(남편)과 해야 한다면 신혼여행은 유럽으로 가고, 그리고 집은 꼭 매매해서 들어올 것이다. 결혼사진이나 드레스, 메이크업은 아무렇게나 할 것이다.



난 딱 이렇게 반대로 했다.



신혼여행은 휴양지 끝판왕인 몰디브로 갔고 집은 전세로, 사진과 드레스, 메이크업은 전생에 결혼 못해보고 죽은 귀신이라도 들린 듯 가진 거 전부를 올인할 정도로 성대하게 진행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주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데 나의 호들갑에 호응해주지 않는 남편이 너무 야속했다. 뭘 해도 즐겁지 않았는데 그게 남편이 호응을 안 해줘서라고 생각했다. 한참 후에야 그때 내가 즐겁지 않았던 건 내가 나만의 일방적 행복을 추구했기 때문이라는 걸 희미하게 이해했다.


다시 신혼여행으로 돌아가서,,

왜 신혼여행지가 후회로 남았냐면 남편이 하나도 안 행복했기 때문이다.

나는 휴양지를 좋아한다.

누워서 책 읽고, 영화도 보고 그냥 쉬다가 물에서 좀 놀다가 수영도 하고 낮잠도 자고 정말 그런 시간이 나에게 필요했다. 몰디브는 나에게 낙원 같은 곳이었다.

가장 예쁘고 빛나는 시절의 나를 최고급 럭셔리 호텔에서 휴양하는 나를 사진으로 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신혼여행이니까 비키니 수영복도 여러 개 샀다.


남편은 몰디브의 “럭셔리” 리조트에 도착하자마자 매우 따분한 얼굴로 “이게 다야?”라고 했다.

우리가 묵었던 리조트는 당시 결혼한 모 유명 배우 부부가 다녀간 초고급 럭셔리 리조트라서 나는 도착 전부터 정말 설렜는데 남편의 얼굴을 보자마자 힘이 빠지고 실망감과 절망감까지 들었다.



몰디브는 가 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냥 정말 그게 다다.



섬 안에서 놀아야 하는데 섬 안에는 바다 그리고 리조트뿐이다. 남편은 책과는 거리가 멀고, 사진 찍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그때 그는 결혼사진을 찍으며 평생 사진을 다 찍었다고 말했다.) 수영도, 낮잠도 모든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보니 몰디브는 그에게 감옥이었다.

색색별로 수영복을 챙겨 온 나와 달리 그저 그런 일상복으로 대충 챙겨 온 남편은 드넓은 바다 앞에 서있는 나를 증명사진 찍듯 세워두고 "하나, 둘, 셋, 찰칵" 사진 찍어주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따분한 가이드처럼 행동했다.



남편은 이런 곳을 본인이 싫어하는데도 양보한 것이라고 했고 나는 장소가 어디든 나와 함께라면 그가 저절로 행복하기를 바랐다. 그런 논리라면 유럽에 가서 삼만보씩 걷더라도 나 역시 그와 함께라면 저절로 행복했어야 하는데…



돌이켜보면 나는 그의 "싫어하는 것"을 배려하지 못했고 남편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배려하지 못했다.


"이게 왜 싫어?"

"아니 이게 왜 좋아?"

티격태격이 시작되었다.


차라리 내가 유럽을 가서 다리가 좀 아프더라도 그의 행복한 얼굴을 보는 편이 더 나았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많이 미화가 된 게 이 정도이니 아마 당시 나는 결혼이라는 것을 엎질러진 물처럼 바라보며 진하게 슬퍼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결혼했으니 꼭 행복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 억지 화해, 억지 미소로 포장해서라도 어떻게든 즐겨보려고 발버둥 쳤다.

아마 나 만큼이나 내 남편도 그곳을 즐겨보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아주 잠깐씩 진짜 행복.. 그 행복이 주는 안도감..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불편함.. 후회.. 막막함..

신혼여행은 이런 것들로 채워졌고 우린 집으로 돌아왔다.



각자의 집이 아닌 “우리의 집”으로.


결혼 후 한참이 지나서도 우리 부부에게 아니 내 남편에게 “몰디브”는 끔찍한 기억으로 남았다.


사랑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거라서, 나만 행복한 선택은 결국 둘 단에게 실패가 된다는 것을 난 그때 몰랐다.



다시 미혼이 되어 배우자를 고를 수 있다면 아마 남편은 본인과 비슷한 취향을, 나는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를 선택하고 싶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사람 일이 딱 마음먹은 대로 다 되는 건 아니라 확신할 수는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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