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솔로프리너 도전기 (1)

불안 다스리기

by 김아줌마

저는 지금 실험중입니다.

앞으로 뭐해 먹고 살아야하는지 실험 중.


저는 싱가폴에 사는 40대 아이 엄마입니다. 그동안은 UX디자이너라는 타이틀로 그럭 저럭 먹고 살아왔습니만,

지난 여름에 퇴사를 했습니다. FIRE족처럼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만큼은 못 모았지만, 1년 반 정도 (아주 최소한으로) 버틸 만큼은 준비하고, 일단 나왔습니다.


퇴사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으나, 결국 불안과 쓸모없게 느껴짐..이라 할까요.

하는 일은 별 의미 없고, 실제 일보다 소모성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나이정도 되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그럴 능력도, 의욕도 없었습니다.

"언제까지 회사가 나를 고용해줄까?"
"회사가 나를 자르기 전에 내가 먼저 나와야 하는 거 아닐까?"
"앞으로 뭐 먹고 살아야 하지?"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고, 이왕이면 내가 즐거워하는 일로 먹고살 수 있는 방법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비록 이미 중년이지만... ) 찾아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게다가 퇴사 직전에는 신체적으로도 괴로웠어요. 호흡이 이상하게 불편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최소한의 도토리를 모았을 때, 저는 튀어나왔습니다.


퇴사 후 저의 목표는, 회사 밖에서 먹고 살 궁리를 하자 였습니다. 동종 업계 친구들은 프리랜싱도 많이 하지만, 프리랜싱은 결국은 또다른 회사와의 계약이라 제외하고, 이런 저런 나만의 프로젝트를 해보았습니다. 지금은 그 중 한 가지로, 책으로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처음엔 바이브코딩이라는 걸 친구가 알려줘서 "그래, 나도 15년 IT 업계 디자이너 짬밥 있는데!" 하며 시작했지만, 지금은 벽에 부딪힌 상태입니다. 역시 개발 지식이 없으니 한계가 옵니다. 지금 출시한 앱은 오류가 많아서, 빨리 업데이트하고, 바로 개발자분의 도움을 받아보자 라고 생각했는데, 될듯 말듯 도무지 업데이트를 할 수가 없습니다. 왜 안되는지 모르겠어요. 자꾸 잘 안되니까 온갖 생각이 다 들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혼자 해볼수 있을것일까요?

과연 저는 업데이트를 할 수 있을까요?

이 흔하디 흔한 기능을 왜 저는 못 만들어 내는 걸까요.

개발자분을, 동업자분을 만난다 해도, 과연 이걸로 돈은 벌을 수 있을까요.

저같은 사람은 그냥 회사에 감사하며 다니는게 맞는게 아닐까요.

이제와서 다시 취직은 가능할까요?

회사에 돌아간다면, 제대로 숨을 쉴수 있을까요? 또 금방 답답하다고 튀어나오게 되는건 아닐까요...

왜 뭐 대단한 계획이 있는 사람마냥 회사를 뛰쳐나왔는지...

업데이트를 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있을 것만 같았던 날이 하루, 이틀, 그러다 열흘을 넘어가면서 불안의 늪에 빠졌습니다. 도대체 지금 뭐 하고 있는 건지... 하루 하루가 너무 무거웠습니다.

무쇠소녀단 시즌 1에서 진서연씨가, 과연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되는거야?... 라는 불안이 가끔 사람을 미치게 만들어요... 라고 말했는데, 지금 제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오늘 집에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당분간 회사로 돌아갈 생각은 없습니다. 적어도 올해가 끝날 때까지는 저는 이 실험을 계속 할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굳이 하루하루를 이렇게 불안으로 살 필요가 있는지. 값비싼 쇼핑을 하고 해외 여행을 갈 여유는 없더라도, 저의 내일은, 모레는, 또 그 다음날은 오늘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니까요.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토리를 조금이나마 모아놓은 내 자신에게 조금 감사해하며, 다행이라 생각하며, 조금 더 가볍게, 조금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는게 내 자신에게 훨씬 좋은게 아닐까. 나는 속도전에서는 벗어난 중년이니까요.

결국 나를 제일 괴롭게 만드는 건

내 안에 있는 불안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