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움.

by 이제야

세바시에서 어떤 작가 분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내면 글쓰기를 할 때 처음에는 자신의 얘기에 몰두하지만 나중에는 타인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고.

한창 내 자신을 탐구하는 것에 몰두할 때 들었었기에, 그때는 그 말이 너무 와닿지 않았다.

'당신은 그렇지만 나는 좀 다른 것 같은데?' 라는 생각도 들었고,

솔직히 말하면.. 질투심이 좀 생겼었다.

나도 그렇게 주변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니까.

자꾸 나 자신에게만 골몰하니까.

그래서 그분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좀 불편하기도 했다.


삼 년쯤 시간이 흐르고, 나 자신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지만 세상과 타인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는 요즘. 문득 그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 시간이 지나고 거쳐야 할 과정들을 거치고 나면 찾아오는 흐름인 거였구나.


내면 탐구 이전에는 오로지 내 세상만 존재했고,

내면 탐구를 시작한 초반에는 세상과 타인이 보이기 시작하며 내가 그동안 귀머거리 장님이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나 자신을 알기 위해서, 내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 관찰하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도 몰랐던 진짜 내면의 위기를 맞이했고, 진통을 세게 한번 겪은 후에는..

뭔가 정말 자연스러운 느낌이 생겼다.

인위적인 노력이 아닌 자연스러운 느낌.

아직은 언어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뭐랄까, 나 자신에 대한 어떤 확신이 생긴 것 같은 느낌.

평생 그런 기분을 느낄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을 종종 했었는데.


'나는 '어떤 사람'이야.' 라는 게 좀 깨진 느낌.

'너는 '어떤 사람'일 거야'라는 습관적인 평가를 잘 안 하게된 느낌.


그렇기 때문에 항상 지금 내 상태에 집중하고,

지금 네 상태에 집중하고.

집중하는데 집중하지 못하던 때보다 편안한 게 신기하다.


내가 피하고 싶어하는 불편한 것들을 도장 깨기하듯 들여다 보는 취미가 생긴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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