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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박씨 Nov 12. 2022

경단녀는 아직 지칠 수 없다는 것을

하루씩 시험 보는 기분이다. 딱 그렇다. 공부 잘했던   기억을 되돌이켜 본다면 노력의 결과는 그때그때 즉각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이때 공부한 것을 저 때 써먹고, 이만큼 했지만 이번 시험엔 이것이 안 나온다.


매출이 오르락내리락한다. 일 매출이 20만 원은 나와야 여왕의 오후 월세와 관리비를 내고 재료를 사고 근무하며  만 원짜리 점심을 먹을 수 있다.

어제는 19만 원이었는데 오늘은 9만 원이면 초조해진다.


매일 같은 시간을 일하고 있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온 몸에 힘을 주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결과는 한결같지 않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매출이다. 그러니 계획한 20만 원에 가까워지면 안도하고 멀어지면 좌절한다.


근무 시간 내내 함께하는 이가 동생이다. 예술로 디저트를 만들어내는 만큼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  사장님이자 동료다. 만만치 않게 감수성이 담뿍 인  탓에 기분이 오롯이 느껴진다.

손님이 없는 휴식시간이 한 시간이 넘으면 그녀의 기운이 빠지는 것이 느껴진다. 함께 있는 나 또한 예외 없다. 에너지가 달리는 분위기가 감돌면,

으쌰 으쌰 해보려고 긍정적인 쪽으로 말을 건네 본다.

그런데 말이란 것이 어렵다. 의도를 가진 말은 상대의 오해를 사기 쉽다. 힘내자고 뭔가 해보자고 하는데 지친 상대에겐 다그침으로 들릴 수 있다. 불안함이 가득 찬 경우 위안을 주기 모자라기도 한다.


입을 닫기 시작했다. 쳐지는 상대의 기운을 끌어올리겠다고 애쓰기보다는 내 기운을 차리자 싶다.

당근, 인스타, 블로그, 그리고 브런치.

사용할 수 있는 모든 SNS에 여왕의 오후에서 지금 무엇을 하고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기록하며 불안함을 떨친다. 내 불안을 떨쳐 단단한 동료가 되어 사장님인 동생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싶은 바람이다.


여왕의 오후에 대한 포스팅과 글이 마구 발행되는 날은 아, 장사 안 되는 날이구나 하고 여겨주면 되겠다. 글은 이제 그만 발행하고 싶다. 지금은 손가락을 멈출 때가 아니라고 POS에 찍인 숫자가 등을 떠밀고 있다. 아이고, 지치지 말자. 아직은 말이다. 불안함을 손가락 끝에 매달고 자판을 두드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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