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헬로
나는 1951년에 태어났다
휴전되고 3년쯤 되었을 때의 기억이다.
우리 집 위 공터에 미군들이 자주 훈련을 왔었다.
동생들과 마당에서 놀다가 미군 트럭이 지나가면
"헬로" 하며 손을 흔들면, 그들도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지프차가 지나갈 때도" 헬로" 하고 손을 흔들면,
지프차에서 무언가를 던져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마당가에 떨어진 그것은 깡통이었다.
그것을 주워서 집안으로 가져와 동생들과 뚜껑을 따 보았다.
깡통 안에는 둥그런 과자 몃개와, 작은 봉지 3개 그리고 둥글 납작한 깡통 하나가 들어 있었다.
둥그런 과자를 먹어보면 찝찔한 맛이었고, 작은 봉지를 뜯어보면 설탕 한봉, 우유가루 한봉, 또 한봉엔 먹지도 못할 쓴 맛나는 시커먼 가루가 들어 있었다.
납작한 깡통 안에는 꿀도 아니고 조청도 아닌 끈적끈적하고 달달한 것이 들어 있었다.
동생들과 찝찔한 과자를 먹으며 미군들은 이상한 것을 먹는다며 까맣고 쓴 가루는 버렸다.
쓴맛 나는 까만 가루는 커피였고, 끈적하고 달콤한 것은
잼 이라는 것을, 해 질 무렵 밭일 끝내고 오신 아버지가 알려주셔서 알았다.
70년 전, 초가집 흙마당에서 까만 고무신에 허름한 옷을 입고 "헬로" 하는 나에게 깡통을 던저주던 미군들, 그들은 깡통을 주워가는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