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생에 심은 사과나무(9))

태풍 곤파스

by 황상기

2010년 9월 2일.

어제부터 방송에서 태풍이 온다고 했다.


헤비급 태풍 곤파스가 우리나라를 관통할 거라고.

농작물 피해가 없도록 특별히 주의하라는 재난주의 방송을 계속했다.

밤새도록 창문이 덜컹 거리며 윙윙 소리치며 태풍이 불었다. 걱정이 되어 새벽에 나가 보니 사과나무들이 다 쓰러져 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내가 잘못 보았나 하고 다시 보아도

서있어야 할 나무들이 거의 다 누워 있었다.


태풍에, 사과밭 둑에 서있는 전봇대 두 개가 쓰러지며 사과나무를 덮치며 나무를 쓰려 트린 것이다.

어제까지

빨갛게 잘 익은 사과들이 주렁주렁 달려있었는데...

일주일 있으면 사과를 수확하여 택배로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빨간 사과가 달린 채로 쓰러져 있는 사과나무를 보니 온몸에 힘이 다 빠지고 가슴이 터질 듯이 아팠다.


면사무소에 신고하고 KT 에도전화를했다.

공무원들이 오고 KT 담당자가 다.

책임자와 직원들이 와서 보며 이번 태풍에 다른 곳에도 피해가 많이 났다고 했다. 태풍으로 전주가 넘어가서 사과나무가 쓰러졌으니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며 사과값은 보상을 해주겠다고 했다.


사과값만 주겠다고?


4년 동안 자식 키우듯 온정성을 다해 키서 이제부터 사과가 한창 많이 달리고 있는.....

그렇게 키운 사과나무들이 다 쓰러져 죽어가는데....

우리가 고의로 그런 게 아니니 떨어진 사과값 정도는 주겠다고.

이제 다시 심어 사과를 따려면 몇 년을 키우고 얼마나 많은 흘리며 정성을 들여야 되는데, 너무 억울했다.

국민권익 위윈회에 민원을 냈다.


며칠 후 면사무소 회의실에 협상을 했다.

사과값과 다시 심을 묘목값 보상을 해주겠다.

더 이상은 못해준다고 하며 법대로 하라고 했다.


힘없는 농민이 대기업을 상대하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


합의서에 사인을 했다.


자식 키우듯 키운 사과나무.

좋은 사과가 한창 많이 달리는 사과나무를 뽑아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쓰리고

너무나 아팠다.


내 일생에 두 번째 심은 사과나무는

곤파스에 이렇게 쓰러젔다.


태풍 사과나무는 쓰러졌지만

나는 조금 흔들렸을 뿐

쓰러지지 않았다.

쓰러질 수 없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나는 다시

희망을 심을 것이다.

행복이 열리는 희망 나무를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