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

by 고라니

그러니까, 팬더믹 때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실 오랜 숙원 사업이기도 했다. 글을 잘 쓰면 못 쓰는 사람에 비해서 유리한 점이 엄청나게 많으니까. 언젠가는 글쓰기 실력을 늘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많은 글을 써서 저장해 놓는다면 언젠가 쓸 구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대학에서 레포트를 써야 할 일이 생겼을 때 요긴하게 써먹기도 했다. 실제로 나의 글을 레포트에 인용도 많이 했고, 그때의 생각을 다시 떠올려서 글을 완성시키기도 했다. 아무튼


철학과 다니는 친구랑 나는 거의 팬더믹 기간에 매일 만났다. 5인집합금지였지만, 2인은 집합금지였던 적이 없잖어. 그게 이유였다. 심심하기도 했고, 학교를 가지 않게 되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게 너무 답답하니까 결국 탈출을 감행하게 된 것이었다. 그렇다고 갈 곳이 많은 것은 또 아니어서, 우리 집 앞에 카페에서 매일 만나서 수업도 듣고 글도 쓰고 책도 읽는 시간을 같이 보냈다. 정말 거의 매일 만나서 글 쓰고 퇴고받고 뭐 그렇게 고문당했다.


그 친구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었다. 원래 문창과를 준비했고, 그러다가 엄청난 점수로 그것보다 더 엄청난 자기소개서를 써내어서, 점수보다 더 엄청나야지 갈 수 있는 대학을 합격한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그런 나에겐 전설적인 인물이 내 친구여서, 거의 하루에 4시간 이상을 카페에 앉아서 글을 쓰고, 검사를 받고, 욕을 먹고, 문장을 고치고, 그러다가 나의 글을 발견하게 된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에겐, 창작이라기보다는 일상의 발견이다. 내가 가장 잘 쓴 글을 되돌아보면, 일상에서의 무엇인가를 글을 옮길 때에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누군가의 이별 후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을 썼던 글, 누군가의 어두운 경험을 듣고 재 구성해서 썼던 글, 추석 때의 일을 다시 생각하면서 썼던 글 등등이 있는데, 이건 창작이라가 보단 그 경험을 일상에서 발견하고 묘사하는 것에 가까웠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 묘사보다는 발견이 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뭔가 벼르고 오랜 시간 동안 노력을 들여서 글을 쓸 때보다, 번뜩 떠올라서 글을 쓸 때, 뭔가 더 잘 나오는 느낌이 있다. 순간의 발견이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 거기에 최대한 적은 퇴고를 거치면 - 이건 문장과 문법의 어색한 정도만 고치는 부분이다 - 뭔가 나만의 무언가가 나오는 느낌이다. 언젠가 잘 쓴 글을 여러 번 손대서 고쳐보기도 했는데, 그 맛이 죽은 느낌이라 별로였던 기억이 있다.



근데...... 내가 뭐라고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 ㅋㅋㅋㅋㅋㅋ


난 아직 대학 졸업도 못한, 그런데 대책 없이 교환학생은 또 다녀온, 거기서 누군가를 만나서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는 - 고오급 백수 식충 그리고 뭔가 다 잘하고 싶은 욕심쟁이라서 마음이 무거워서 무엇인가를 시작하기 어려운 뭐 그런 사람이다.


근데 그게, 이런 아무것도 아닌 나의 글에는 아무런 권위랄 게 없기에 아무 말이나 할 수 있어서 난 그게 참 마음에 든다. 생각이 나는 것이라면 말하고 싶다. 그리고 쓰고 싶다. 어디에나 있는데 그 누구도 말하지 않는 그런 사건과 현장을 발견하고 싶다. 그리고 당신들에게 말하고 싶다.


아무래도 노력 다음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발견과 발견됨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노력보다도 중요할지도 모른다. 근데 그 또한 노력의 범주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근데 또....... 내가 뭐라고 이런 이야기를 하나 싶다.


난 아무것도 몰라서 아무 말도 하면 안 되지만, 난 말을 참을 수 없는걸.


난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있는 이 나라를 사랑한다.


질투가 나고 배가 아픈 느낌이 나는 것은 나의 무지함을 인정함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최대한 연기해서 숨기려고 한다. 이런 모습 또한 가끔 나에게 발견되는데, 이건 글로 쓰지 않는다.


이 블로그에는 아마 그런 글이 올라갈 듯싶다. 짧은 수필과 창작글.


내 글이 당신들에게 선택되었으면, 발견되었으면 그러면 좋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눈치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