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돌이 - 파편 1

고라니 SF 연작선

by 고라니

아주 오래전에 죽음을 목도한 적이 있다.


그때까지만해도 죽음이란, 끝이었다. 정말로, 다시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개도 사람도, 고라니도. 그리고 나무도 산도. 은행아파트도.


난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 터치가 되지 않는 영상 음성매체이다. 지금은 수 많은 티비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봐야하지만, 그때만해도 집마다 티비 한대씩이었다. 딸깍 버튼으로 채널을 변경했다. 전기신호를 주는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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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서는 어떤 여자가, 동물 고기를 먹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어두운 우리안에 여러마리 강아지와, 허리가 굽은 식당주인. 한마리씩 끌려가는 강아지들. 벌건 국물속의 고기들을 먹는 사람들. 그리고. 그리고. 화가 잔득나서 식당에 불을 지르고 다니는 무리의 사람들. 전소된 식당.


생명을 흡수해서 생명을 유지한다라. 그 생명을 회수하는 사람들이 나왔다. 개를 몽둥이로 때려서 도축하는 할머니와, 사람을 때려서 정의를 실현하는 사람들.


많은 개들이 구조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삶에서 해방되었다.


"뭐 지옥에나 가겠죠. 저런사람들이 천국에 갈 이유가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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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지막 사망은 약 400년전이었다.


"마지막 인간의 사망"

이것이 사람들의 평가였다. 데이터 백업을 거부했고, 끝까지 테러를 자행하다가 인간사 박물관에 전시되어있었다. 이따금 누군가 무리에 들어와서 풀과 고기를 주었고, 고철덩어리와 불로 요리를 해 먹었다.


눈물을 흘리기도, 웃음을 짓기도 했지만, 글세 - 금방 죽음에 가까워졌다. 그러다가 곧 건강해졌다.


불에 몸을 던졌고, 스스로 고기가 되었다.


기억은 백업이 되었지만, 교보재로만 사용된다. 그게 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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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부라고 불리우던 사람은 - 건강이 나빠진다고 느끼면 정기적으로 고기를 섭취했다. 멍청해서 이 집에 오래있기 힘들다는 이유에서 한 생명이 선택되었다. 닭을 이미 세 마리나 잡아먹은 후였다. 닭을 잡아먹은 개를 먹는것은 개를 먹는 것일까 닭을 먹는 것일까


"그야, 닭을 먹는거랑 개를 먹는거랑은 효과가 다르더라고."


뭐 우라늄과 석탄의 차이인 것인가


벌건 국물에 찢어진 고기가 들어갔다. 거기에 특제소스를 찍어먹으면, 뭐 그런거지.


"고기냄새가 나지 않아? - 할머니 옆집에 개 키우지 않았어?"


옆집의 김할매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몸보신 하나보지. 저집 영감이 몸이 원래 허약해서, 저런거 좀 먹어줘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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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은양은 가장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돌렸다. 할머니 옆집에 개를 먹는 개 시발새끼가 산다고.


뉴스도 안보나, 우리가 안무섭나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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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지능이 높다.

개는 인간과의 유대가 깊다.

개는 말을 못할뿐이지, 인간과 소통이 가능하다.

개는 귀엽다.


개를 죽이는 사람, 게다가 먹는 사람들은 인간도 아니다.

인간도 아닌 사람들은 감옥에 가야하는데, 사형을 받아야 마땅한데

법은 세상의 이치를 반영하지 않으니까,

우리는 존재한다.


일벌백계로 세상이 변화한 것을 느끼기 전까지 우리는


인간도 아닌놈들을


단죄한다.


그치 영은아?


일단 맥도날드에서 만나서 자세히 이야기하자. 더블불고기버거가 리뉴얼되었다던데. 먹으러 가야지. 패티가 소고기래.


이것이 내가 봤던 진술서의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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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부는 화장되었다. 얼마 남지 않은 너덜너덜한 육신을 잘 수습해서 가루로 만들었다.


그의 디지털기록은 남아있지 않기에, 고통과 감정을 공감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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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들은 대부분 "갱생"을 하고 옆 도시에 살아가고 있다. 다만


이영은 양의 가장 친한 친구는 마지막 인간이었다.


또한 화장된 셈이다.


이영은 AB582는 RTR33과 같이 산다. RTR33은 이따금 짖는 소리를 내고, 산책을 같이 하며, 원반던지기를 하는 듯 보인다. 난 정기적으로 그 집에 의도적인 정전을 낸다. 어차피 죽는 생명은 없다. 잠깐 움직이지 못할뿐. 이따금 이러면, 기술자가 내 회로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간다.


가끔 만나면

"조금만 늦게 했으면, 네 할아버지도 다시 살아나셨을 텐데"


"그러게. 기억 백업하고, 남은 몸을 잘 조립했으면..."


등의 대화를 나눈다.


저년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지 370년이 넘었다.

마지막 "인간"의 사망.

마지막 인간의 "사망"


그때의 불완전한 기억을 이따금 누워서 불러온다. 영은의 열선과, 실리콘 혼합물 바이오 피부의 감촉을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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