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by 고라니

아니 세상에 자기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말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고, 다들 각자 자기 몫을 수습하면서 살아가는 거지. 안 그래?

말을 들어주다 보면 끝이 없어. 희생도 할 줄 알아야지. 희 생 도, 할 줄 알 아 야 지.

아침점호를 하는 집단이 있다.

전체 차렷, 열중 쉬엇, 차렷. 교장선생님께 경례

동 해물과 백 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우리 자랑스러운 소사벌의 정기를 받은 우리 대-덕동 초등학교 학생 여러분들, 교장이 여러 가지를 당부하고자 불렀습니다........

이젠 아침점호를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그리고 이젠 축구도 안 한다던데? 아 반장도 한 반에 10명이래.

이 모든 것이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다. 아빠는 이게 다 아이들을 나약해 빠지게 만든다고 했다.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운동장에서 뛰어놀지 못하는 아이들을 상상조차 하지 못하겠다. 요즘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없다. 백수인 내가 일어나서 나가는 시간에 아이들은 학교에 가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 시간에 하교 시간에도 뛰어논다고 목소리가 뒤집어져라 지르는 아이들의 소리가 안 들린다. 다들 신고했겠지. 아 그리고 진짜 애들이 줄기도 했다.

나약한 아이들조차 이젠 없다. 당신들은 이디오 크러시라는 영화를 아는지 모르겠다. 미래시대의 인류들이 지능이 낮아지면서 발생하는 일들을 그린 영화이다. 그 영화에서는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출산을 하지 않고, 지능이 낮은 사람들은 출산을 많이 하면서 생기는 디스토피아를 코미디 형식으로 그린다.

나는 2000년에 60억 세계인 중 한 명이 되었다. 지금은 80억 세계인 중 한 명이다.

..... 사람이 너무 많아.

어쩌면 우리는 감당하지 못할 사람들 사이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 저출산에 대한 걱정을 한다. 100억 150억 인구를 감당할 방법은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다. 그저 인구 감축 정책을 했던 과거를 후회하는 부류들이 더 많다. 하나만 낳아서 잘 살아보자. 지금 대한민국 출산율은 1을 넘지 않는다. 당분간은 인구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은 먹고 씻고 잔다. 그리고 입는다. 각자의 식성과 식욕, 취향이 있다. 누군가는 배고프고, 누군가는 다이어트를 한다. 80억 인구는 너무 많다. 그러니까, 랜덤으로 크루즈를 하나씩 타이타닉 시키자.

그래서 보도연맹을 알고 있냐고 묻고 싶다. 정확히는 보도연맹 사건.

우리에겐 기회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국가의 존재 의의를 우리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부터의 보호, 공동의 가치와 정의 집행, 그리고 개인의 자아실현을 위한 토대. 이렇게 말을 한다. 야생에 떨어진 개인들은 끝없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투쟁할 것이다. 그런데, 공동의 가치와 정의가 뭐람?

아직도 공산주의자와 싸우는 무적 멸공 인간들이 있다. 우리는 여전히 냉전시대에 사는 듯 보인다. 빨갱이들은 모두 색출해서 죽여버려야 한다. 특히 반대쪽 지지자들이 그렇다. 중국몽을 따르는 그 인간들. 미국이 지키는 세계질서의 정의를 망치려는 족속들. 멸공 멸공 멸공! 이 나라에 간첩이 얼마나 많은데, 중국 무비자 입국으로 인해서 따르는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큰데? 트럼프 대통령을 시해하려는 인간들, 그리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밟고 있는 매국노들.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세계는 두 개로만 나누어져 있다. 대결, 그리고 싸움은 곧 한쪽의 멸절을 의미한다.

동굴에는 보도연맹에 가입한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갔다. 총성이 울렸다. 총을 든 사람들이 나왔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아무도 그 일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다. 곧 북한이 서울을 정복했다. 공산주의 빨갱이들의 공격이었다. 세상이 망하려고 했다. 어떤 사람들의 세상은 이미 망했다. 그리고 그날 동굴 속에서 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북유럽 국가들과, 유럽의 많은 복지국가들은 사회 민주주의를 실현했다. 그들은 복지를 늘리고, 사람들의 기본권을 보장해 주었다. 많은 유럽의 대국들이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점점 더 사회적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거봐 내가 저럴 줄 알았어. 언제까지 백날 천날 놀기만 할 거야 - 돈도 휴가도 많이 가지고 싶지?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단다. 일을 해야지 일을 - 열심히!"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의 전선에서는 수많은 탈영병들이 나오고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라는 국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분석을 본 기억이 난다. 러시아, 그리고 소련의 잔재. 우리가 되찾아야 할 것.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일까. 그럼 탈영도 하지 않을 테고, 목숨을 걸고 싸울 텐데. 그런데, 죽은 사람들은 말이 없다. 밥도 안 먹고, 거리를 걸어 다니지도 않는다. 몇 년의 겨울이 지났고, 많은 군인들이 상대편이 쏜 총알이 아닌 배송된 폭탄을 맞고 폭사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전선에 나타난다.

그 사람들도 다 엄마가 있었어. 집도 있었고, 아마 강아지도 키웠겠지.

전쟁에서 지면 모든 것을 잃을 거야. 그때가 되면 넌 살아도 산 게 아니겠지. 패전국의 병사들이 얼마나 비참한지 아니?

옛날에 몽골제국에게 털린 나라들은 모든 것을 약탈당했다. 가족도, 집도, 가축도. 아들도 딸도 와이프도 - 남편도. 그 몽골제국이 지나간 유럽에 흑사병이 창궐했고, 또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아시아가 가장 강하던 시기였다. 저 양놈들이 산업혁명이고 나발이고 하기 전에 다 죽였어야 한다는 삼촌의 말이 떠오른다. 코쟁이 놈들.

아무튼 누구나 엄마가 있다. 아빠도 있다. 잘 지내고, 얼굴을 알고, 자주 보고 뭐 이건 다음 문제이다.

어머니 아버지 저는 황국 시민으로서 도리를 다하려고 합니다. 비행기를 타고, 폭탄을 가득 싣고 저 미국 코쟁이 놈들의 항공모함에

아들...... 가지 말고 엄마랑 숨어있으면 어떨까?

장롱은 너무 좁고 습했다. 나의 희생이 곧 우리 가족과 나라의 안녕을 가져다준다면, 아니지. 근데 거기 내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지? 패전국의 병사가 얼마나 비참한지 알고 있니? 황국신민의 병사로서, 나는 갑판 위에 서 있었다.

비행기에 탑승하기 하루 전, 전쟁이 끝났다. 무조건 항복. 우리는 황국신민으로서, 긍지와, 자존심을 지키고자 -

엄마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조차 전하지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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