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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생 Sep 01. 2023

치매 엄마의 우당퉁탕 유쾌하고 개구진 하루 [2]  

치매 환자도 가족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순식간에 벌어진  대퇴부 골절 

Xray photo created by kjpargeter - ko.freepik.com

 2022년 5월 노인 주간보호센터에서 돌아오신 엄마가 흥에 겨워 어깨를 들썩이며 지화자 좋다 하는 순간, 넘어졌다 다리가 꼬여서.

부축했는데 일어나지 못한다. 잠시 후 다시 해봐도 못 움직인다. 난생처음 119에 전화했다. 119 도움으로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도 심각한 줄 몰랐다. 그냥 넘어져서 일어나지 못하니 일으키기 위해서라도, 간단한 물리치료라도 받으면 좋겠다 싶어서 병원에 간 것뿐이다. 내가 무지했다. 


 M병원이 가까우니 그쪽으로 가자는 대원의 말에 대수롭지 않게 그러시라 하고 동승했다. 사실 올케언니가  L병원을 언급했는데 119가 지정하는 곳으로 가야 하는 줄 알았고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M병원으로 가면서 가족 톡에 상황을 공유하고 도착하자마자 응급실에서 엑스레이를 찍었다. 결과를 기다리는데  직장에 있던 오빠가 득달같이 달려왔다. 


 결과는 대퇴부 골절. 

연로하신 몸이 감당하기 힘들다는, 말로만 듣던 사형 선고와 같은 진단이다.


 엄마가 넘어지고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아파하던 모습이 삐끗한 게 아니라 대퇴부 골절이라는 말에 너무 놀라 절반만 보이고 절반만 들리는 듯 나의 감각은 둔해져 버렸다.

수술 시간을 잡자는 의사의 말을 듣고 잠시 대기하는 중에 오빠는 병원을 검색한다. 대퇴부 골절 수술에 경험이 많은 의사를 검색해 보더니 L병원으로 전원 하자 한다.

코로나 시국이라서 더욱 그러하겠지만 전원요구에 의사의 반응이 신통치 않다. 전원에 대해 회의적이고 엑스레이 사진도 줄 수 없고, 구급차 이용도 불가하다 말한다.


 사설 구급차를 급하게 호출해서 L병원으로 이동했다. 아니나 다를까 응급실 입구에서 거부한다. 119구급차로 곧장 온 게 아니라, 다른 병원을 거쳐서 왔기 때문에 받을 수 없다고. 나의 무지와 어수룩함에  자책했다. 119 대원에게  L병원으로 가자 한마디만 했으면 됐을 텐데 그걸 못하고 네네 하다가 상황이 이렇게 꼬였나 싶어 나대로 괴로웠다. 


 응급실 진입로에서 한참을 실랑이하고 있을 때 사설 구급차 기사는 가지 않고 우리 주변을 맴돌며 대기한다. 

대부분 처음 방문한 병원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라 구급차를 다시 이용할 거라는 생각에 알아서 기다린 모양이다. 


 환자의 권리를 내세우며 오빠가 강하게 버티자 L병원 직원이 응급실에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한 사람만 환자 옆에 있을 수 있어 시간이 자유로운 내가 엄마와 응급실에 있었다.  


레지던트가 내게 와서 말한다. 이 병원에서는 치료 못 한다 병상이 없다 수술을 하려 해도 수술환자가 많아 스케줄을 잡을 수 없다 어쩔 거냐 이렇게 막무가내로 버티면 안 된다 하니 겁이 덜컥 나고 눈물부터 난다. 내가 119구급차를 타고 이 병원으로 가자했으면 간단했을 텐데 내 잘못으로 엄마가 힘들어진다는 생각에 내가 사로 잡혀있었다. 내 머리는 마비된 듯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아  레지던트에게 오빠하고 통화하라고 휴대폰을 건넸다. 30분 만에 통화를 끝낸 레지던트가 내 휴대폰을 돌려주며 말이 안 통하는 가족이라고 한소리 하더니 간다.


 1시간 후에 다시 와서 같은 말을 한다. 그래서 오빠와 얘기하라고 전화를 걸려하니 아니 아니 됐다 하고 가버린다. 

또다시 환자의 권리를 주장하고, 병원에서 환자를 가려서 받으려 한다는 오빠의 항의를 30분이나 듣기 힘들었을 테니. 


 저녁 7시에 응급실에 들어왔는데 아무런 조치도 없이 밤 11시가 되자, 응급실 밖에 대기하고 있던 오빠가 집에 간다며 나에게 단단히 일러두고 간다.

그냥 버티고 있으라고 환자는 환자가 원하는 곳에서 치료받을 권리가 있고, 다른 병원에 먼저 들렀다 온 게 치료를 거부당할 이유는 아니니 아무 소리하지 말고 그냥 버티라 한다.


 레지던트가 또 무서운 말을 해도 이젠 기댈 곳이 없다. 

아프다 신음하다가 또 금세 안 아프니 집에 가겠다고 한바탕 소리 지르고 일어나려는 엄마, 제발 조용히 하라 해도 엄마는 막무가내다. 이러다가 시끄러워서 쫓겨나는 거 아닌가, 치료시기를 놓치는 건 아닌지, 불안해하면서 한편으로는 환자를 죽이기야 하겠어라는 마음으로 시계와 엄마를 번갈아보며 기다렸다. 대낮보다 더 환한 응급실 조명아래서 엄마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  


새벽 4시가 되니 그 레지던트가 또 와서 A4용지 두장을 건넨다. 불안했다 


입. 원. 수. 속. 절. 차. 안. 내

입. 원. 동. 의. 서

고맙다. 엄마는 이제 살았구나 싶었다.


감사한 마음에 누구 할 것 없이 보이는 대로 꾸벅거리며, 입원수속을 밟는데 병원 간병이 가능한 병동으로 갈지 아니면 가족이 간병하는 병동으로 갈지 정하라 한다. 신중하지 못했던 내 선택으로 입원이 지연됐으니 간단한 선택에도 머리가 아팠다.

현실적으로 외출 없이 한 달 동안 병원에 함께 있을 가족은 없어 간호사 간병이 가능한 병동으로 입원수속을 마치고 필요한 물품들 사서 들여보내고 애처롭게 바라보는 엄마를 병실에 혼자 놔두고 돌아와야 했다. 


“엄마 이분들이 엄마 살려 줄 거야, 엄마 아들이 엄마 살려달라고 부탁한 거니까 말 잘 듣고 있어야 해?”

“내 아들이? 그래 그래 아이고 좋네 지화자. 근데 너는 가려고? 나 혼자 놔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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