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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생 Sep 03. 2023

치매 엄마의 우당퉁탕 유쾌하고 개구진 하루[4]  

치매 환자도 가족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엄마의 대퇴부 골절 극복기(3)

재활병원 주차장에서 산책하다가 그늘진 곳에 잠시 멈추고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 노래듣기.

수술한 병원에서는 한 달간 입원이 가능하니 이제 재활병원에서 2달, 총 3달 동안만 골절 관련 보험혜택이 적용된다.

코로나 시국이라 재활병원은 우선 면회가 조금이라도 자유로운가, 다음으로 물리치료 시간이 많은가를 기준으로 검색했다.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주변에 산이 있어 공기 좋고 주차장이 널찍한 G병원을 선택했다.

 

L병원에서 G병원으로 전원 하는 날 온 가족이 G병원에 모여 한 달 만에 엄마를 만나 웃음반 울음반으로 자식들의 이름을 기억하는지 손자들의 이름은, 사위 며느리 이름은, 엄마 이름은? 모두 기억하는지 엄마에게 일일이 물어 제대로 된 답을 듣고서야 안심했다.


담당의와 상담직원과의 면담으로 물리치료 시간정하고, 면회시간 확인하고, 2대 1 간병으로 결정하고, 간호사에게 수술진행과 인지상태를 알려주고 엄마 약 챙겨드리고 병실 상태 점검하는 동안 오빠는 병실에 있는 환자들과 간병인들에게 엄마를 소개하며 이런저런 사소한 농담과 인사, 배려를 부탁하고 병실 식구들에게 과일을 한 아름 안기는 걸로 입원식을 치렀다. 


사위들과 며느리, 지방에서 올라온 언니와 동생은 주차장에 대기하면서 엄마의 상태 그리고 앞으로의 치료등에 대한 이런저런 계획들을 얘기했다.

저녁을 함께하며 한 달간 조마조마했던 마음을 서로 풀어내고 가볍게 웃었다. 


문제는 다음날부터 시작됐다. 이제 부지런히 재활치료에 집중해야 하는데 엄마가 움직이는 걸 힘들어하고 결정적으로 자다가 화장실 간다고 일어나려 한다는 거다. 것도 자주. 수술을 해서 지금은 서지 못한다는 사실을 자꾸 잊는다. 아니 아주 가끔 기억한다.


못 일어나게 하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 병실에 있는 환자들을 모두 깨운다. 재활이 급선무인데 엄마가 힘들어하니 병원에서도 맘 놓고 재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없고, 자꾸 서려하니 잘못해서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침대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아찔하다.


수술 후 섬망증세가 생겼고 매일 보는 의사와 간호사도 인지 못하고, 여기가 어디냐를 수시로 물어보는 엄마는 매일 낯선 곳에 있는 셈이다. 환자가 극도로 불안한 상태니 잠깐이라도 가족을 자주 보면 좋다고 담당의가 일러준다. 그래서 동생과  매일 간식을 싸들고 갔다. 


주차장이 넓으니 휠체어 타고 한 바퀴만 돌 수 있어도 감사했고, 엄마를 기다리는 가족이 있다는 걸 잠시나마 잊지 않게 해 드릴 수 있었다.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겨 앉는 것도 편치 않으니 점심 먹고 오후 재활치료를 위해 1층으로 내려오는 시간에 맞추어 가면 20분 정도 엄마를 볼 수 있었다.


짧지만 엄마가 좋아하는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도 함께 부르고 유튜브로 들려드리기도 하고 가끔 서게 해보기도 하고 비록 20분의 면회지만 엄마의 회복상황을 지켜볼 수 있어 좋았고, 욱하는 엄마의 수발을 땍땍거리면서도 책임져주는 간병인에게 고마움을 표시할 수 있어 좋았다. 

재활병원에서는 간병인이 갑인 듯했으니까. 

솔직히 약간의 성의 표시로 울 엄마 잘 챙겨달라고 묵언의 압박을 하고 온 거였겠지만. 


간밤에 일어서려 하는 것만 빼면 한 달을 볼 수 없었던 L병원보다 훨씬 낫다. 잠깐이지만 얼굴도 볼 수 있고 상태도 확인하고 재활치료를 하고 있으니 내일을 기대할 수 있어 괜찮았다.


입원한 지 한 달이 지나 7월 들어서면서 장마에 땡볕 더위에 날씨는 오락가락 힘들게 했지만 나름 햇빛 피하고 비 피해 가며 20분씩 만났는데, 한동안은 병원에서 면회시간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바람에 통창너머에서 애틋하게 얼굴만 보고 오기도 했다. 


2달이 되어 갈수록 엄마의 피로도는 날로 높아져 자식들에게도 분노, 원망의 소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수술해서 입원해 있다는 사실을 잊으니 감금한 걸로 인식하는지 왜 내가 여기 있어야 하냐며 집에 왜 못 가느냐에 답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설명이 길어질수록 엄마에게는 집에 데려가기 싫은 핑계로 들리는 모양이다. 


게다가 물을 잘 못 마시니 몸의 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일주일에 한 번씩 수액을 맞아야 하는데 엄마가 주삿바늘을 직접 빼버리고 난동을 부려대서 입원 막바지에는 매일 병원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아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진정제를 투여하겠다고 하는데 어쩌겠나. 꼭 필요한 만큼만 해달라 부탁하는 수밖에.

간병인도 힘들다 전화하고 간호사는 진정제 투여한다고 전화하고 매일 면회하러 오고 가는 중에 전화를 받았다. 


드디어 2달을 꽉 채우고 퇴원하는 날 엄마는 신났다. 집에 간다고.

그게 아니라 아직 혼자서 서지 못하니 치료가 더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요양병원에 가야 한다 하니 “응 알았어” 해놓고 엄마는 또 좋아라 한다. 집에 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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