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도 가족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엄마의 대퇴부 골절 극복기(4)
수술병원에서 한 달 재활병원에서 2달을 지냈으니 다음은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해야 했다.
혼자서는 워커를 이용해서 걸을 수 없는 상태다. 당연히 혼자 설 수도 없는 상태.
문제는 혼자 서려한다는 거다. 24시간 지켜볼 사람이 필요하다는 건데 어쩐다.
다니고 있던 노인주간보호센터를 갈 수 있다면 최선인데, 아직 재활이 더 필요하고 혼자 일어서려 하니 엄마의 밤을 지킬 사람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일산과 덕양구에 있는 요양원 리스트를 뽑아서 5곳 상담도 받아보고, 네이버 검색으로 마땅하다 싶은 요양병원 3곳을 가보니 그제야 가닥이 잡힌다.
비용도 제각각이고 그 외 사소한 차이가 있어 유불리를 따지느라 머리가 복잡했는데 여러 곳을 상담해 보니 오히려 명쾌해진다.
요양원과 요양병원 모두 24시간을 지켜줄 수 있었지만 요양원은 재활보다는 사는 곳이고, 요양병원은 하루 2시간 정도 재활이 가능했다.
우선은 재활이 필요하니 요양병원으로 의견이 모아졌고 최종적으로 재활프로그램이 동일한 2곳이 남았다.
다음으로 면회 시간이 좀 더 자유롭고 병실 내외부 구조가 덜 답답한 한 곳을 선택해서 입원수속을 밟았다. 혼자 걷는 것을 목표로, 대략 한 달 예상했다.
걷기 연습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1대 1 간병으로 결정하고 재활 프로그램을 모두 신청. 다행히 엄마 성질을 잘 다루는 노련한 간병인을 만나 안심했다. 간병인은 매일 걷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아 보내주었고 엄마가 노래 부르는 모습, 병실에서의 생활을 간간히 보내주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전 병원에서 간병인은 엄마로 인해 힘들었던 일들을 엄마 옆에서 격한 어조로 줄줄이 쏟아냈었다. 면회시간 20분밖에 없는데 본인 힘든 거 얘기하느라 10분, 또 듣고 있던 엄마까지 흥분 해버려서 진정시키느라 10분,그래서 아까운 면회시간을 버린게 몇 번이다.
물론 간병인의 수고로움에 대한 대가를 더 지불하고 괜찮아지기는 했지만 퇴원할 때까지 간병인의 눈치를 봐야 했다.
그런데 여기는 1대 1이라 그런지 다르다. 엄마뿐 아니라 우리 가족도 배려해 준다. 가족의 불안까지 때때로 해소해 주니 간병비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이렇게 고마울 수 없다. 노후 건강유지비 명목으로 필히 저축해야겠다. 아니 간병보험에 가입해야 하나. 어쨌든 늙어가는 나로서는 고려사항이다.
면회시간을 조금은 느슨하게 관리하다가 여전히 코로나 시국이라 환자수가 급증했다는 뉴스보도가 있은 후로는 전면 비대면으로 바뀌어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3미터 떨어져서 얼굴만 바라 보는 날을 보냈다. 코로나로 참 답답한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입원한 지 한 달이 다되어가니 엄마의 분노가 시도 때도 없이 폭발한다.
노련한 간병인도 고개를 절레절레 내두르기를 몇 번. 진정제 투여도 몇 번.
그날도 면회 신청을 하고 엄마를 기다리는데, 세상에나 엄마가 간병인 부축 없이 혼자 워커를 밀고 나온다. 혼자 걷는 것이 자랑스러운 아기 표정을 하고.
“아 ~ 엄마” 감격의 눈물은 조용히 흐르지 않는다.
심장이 몸 밖으로 튀어나와 뛰었고, 울음은 목을 가득 메웠다.
“이제 살았다. 엄마 살았어 엄마 고마워”
대퇴부 골절에 대해 주변에서 들었던 무서운 말들과 사건들은 이제 우리 일이 아닌 거다.
드디어 4달의 병원 생활을 마치고 오빠집으로 퇴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