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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생 Sep 03. 2023

치매 엄마의 우당퉁탕 유쾌하고 개구진 하루 [6]

치매 환자도 가족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이제 일상으로 한걸음

2022년 9월 워커를 잡고 혼자 걸어 오는 엄마를 지켜본 날 가족회의를 했고,  4달간 병원생활에 극도로 피로감을 느끼고 있으니 퇴원하자 결정했다.

그동안 병원을 선택할 때 재활이 우선이었다면 이번에는 정서적 안정을 우선 고려해야 했다.

그러니 집에서 자고 낮에는 노인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 센터에서 진행하는 노래 부르기, 게임하기, 인지미술활동 등을 또래들과 함께 어울려서 즐길 수 있다면 우울감이 개선될 거고 사랑하는 아들과 한집에 산다면 심신이 안정될듯해서 말이다.


문제는 밤에 혼자 일어나서 돌아다니다가 넘어질 수 있다는 점, 센터에서는 휠체어 생활을 하니 집에 와서 산책이 필요하다는 점, 감정조절이 안되니 며느리 하고만 있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밤에 일어나서 배회하는 문제는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면 해소될 수 있겠다 가정해서 자기 전, 가족이 할 수 있는 일을 다하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그래서 센터에서 돌아오는 6시부터 취침 9시까지 누군가 함께해야 했다.

일주일에 3번은 요양보호사가, 2번은 내가, 주말은 오빠가 밀착 케어를 하기로. 올케언니도 무릎 수술을 한 터라 겨우 걸을 수 있을 정도였으니 집에 환자가 둘이다. 


저녁 산책 후 간식, 그리고 목욕, 1시간 정도 TV시청하며 수다 떨기로 대충 계획을 세웠다.

규칙적으로 하루 루틴을 만드는 게 안정감을 줄 듯해서 기상시간, 먹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 약복용 시간, 목욕 시간등 크게 벗어나지 않은 시간대에서 이루어졌다.

조금이라도 평소보다 피로해지면 그만큼 일상을 잊는다.

어느 날은 칫솔에 세수 비누를 묻혀 이를 닦더라. 

 

집에 와서도 엄마의 분노는 조절하기 힘들었다. 올케와 요양보호사에게 이틀에 한 번꼴로 폭언을 해대니 그때마다 내게 호출이 들어왔고 요양보호사, 올케언니, 오빠, 나 넷이 엄마를 달래느라 쩔쩔맸다. 거의 한 달을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대책이 절실했다. 


우선 가족이 아닐수록 분노조절이 안되니 요양보호사의 방문을 멈췄고, 내가 더 자주 엄마를 돌보기로. 오빠는 칼퇴근, 그리고 치매를 공부하기로 했다. 병원에서는 약으로 다스리는 수밖에 없다며 용량을 늘려 처방해 주는 것뿐 달리 뾰족한 수가 없으니, 답답한 마음에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치매 관련된 책을 모두 찾으니 15권 정도. 전문적인 서적 빼고 치매예방책 빼니 5권이 남는다. 

한 권 읽을 때마다 요약해서 가족 카톡에 올렸다. 중복되는 내용이 많았다.

기억하고 실천하고 있는 것들을 정리해 보면,


1. 치매환자는 침 삼키는 것을 힘들어한다.(엄마의 특이사항이 아님을 알고 차라리 맘이 편했다. 엄마의 의지로 침 뱉는 걸 멈출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왜 삼키지 못하는지 삼키라 하는데 번번이 뱉는지 이해를 못 해 화가 나기도 했는데 답답함이 없어졌다)


 2. 물을 많이 먹어라. (사실 치매환자는 넘기는 거 자체가 잘 안 된다. 기도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그래서 꿀꺽하라는 말은 금물이다. )


3. 꾸준히 걸어라.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걸어라. 하루를 걷지 못하면 이틀을 누워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4. 내용은 기억 못 해도 말투는 기억하니 늘 부드럽게 말해라. (결정적으로 도움이 됐다. 조금이라도 인상을 쓰고 말하면 바로 공격 들어온다. 밝은 표정으로 천천히 말하니 따라주는 경우가 많았다)


5. 부정적인 말, 지시하는 말, 명령하는 말을 사용하지 말아라.( “안 돼”는 분노 기폭제다. 우리 집에서는 금기어)


 6. 고집을 부릴 때 관심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라.( 엄마는 주로 “섬마을 선생님”노래와 막춤이 효과가 있는 편이다. 이것도 소용없을 때는 난감하다. 그저 말 걸지 않고 기다리는 수밖에 30분 무심하게 있으면 말 걸어온다. 생떼 쓰던 아이가 슬그머니 품에 안기듯)


7. 최대한 환자의 말을 수용해 줘라.( 응. 맞아. 좋지요. 그래요. 알았어. 네. 오호. 우리 가족이 자주 쓰는 말이다)


8. 최대한 많이 웃어라.(만병통치약이다. 어쩔 수 없이 “안 돼”를 말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시종일관 웃음으로 대하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엄마의 얼굴에서 아기웃음을 볼 수 있다) 


9. 아픈 기억은 떠올리지 말고 떠올렸다 해도 즐거운 이야기로 유도해라.(12살 때 한국전쟁을 경험한 엄마에게 무서운 기억이 많다. 간혹 오만상을 짓고 총격 장면, 동네 사람들의 죽음, 배고팠던 기억을 말한다. 가만히 듣고 있다가 살랑거리는 리듬의 가요를 크게 틀어드리면 금세 덩실덩실. 노래를 워낙 좋아하시니 다행이다.)


10. 행복했던 추억을 되새기는 건 좋다.(엄마의 십대 후반, 친구들과 서리하러 다니던 얘기를 할 때면 그리도 좋아하신다. 봄에는 보리, 여름에는 과일, 겨울에는 저장 무, 고구마, 가을에는 쌀까지 또래 대여섯 명이 몰려다니며 사고를 치고 다닌 모양이다. 엄마가 심심한 얼굴을 하고 있을 때 자주 써먹는 화제다)


11. 남아 있는 기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환자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가령 옷 입기, 씻기, 신발 신기 등( 한참 걸린다. 주의가 산만해져서 신발 신으려 하다가 다시 들어오고 엉뚱한 신발을 신고, 눈에 보이는 옷은 다 입는 편이다. 겹겹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 혼자 입고 또 입고. 양말도 신고 또 신고. 혼자 하시라 하면 주로 이런다. 그래도 잘하셨다 말하기)


 *참고도서

1. (존스홉킨스 의대 교수의) 치매 일문일답. 40년간 환자와 보호자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 라빈스, 피터 V /지식의 날개 2020

2. 청춘과 치매. 박언휘 내과 의사가 들려주는 건강백과; 박언휘/북그루 2020

3. 엄마의 공책. 치매환자와 가족을 위한 기억의 레시피; 이성희/궁리 2018

4.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치매 환자가 들려주는 치매 이야기; Mitchell, Wendy/문예춘추사 2022

5. 치매의 이해와 장기요양기관의 운영과 실제. 주야간보호중심(데이케어); 행복창조/공동체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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