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들이 영어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학원에서는 워크북 숙제와 녹음 숙제를 꾸준히 내주었다. 아직은 기초 단계이다 보니, 아이가 잘 모르는 단어를 내가 알려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그게 함정이었다.
그날의 숙제는 이것이었다.
아이는 더듬더듬
"더 도그 캔 햅 오버 더 박스"
라고 읽었다. 나는 아이가 hop이라는 단어가 낯설어하나 보다고 생각했고,hop을 "홉"이라고 읽도로 교정해줬다.
"모두 다 홉홉홉 뛰어라, 모두 다 빙빙빙 돌아라"라는 노래도 있잖은가!!
그렇게 아이는 녹음을 마쳤고, 나는 녹음 파일을 선생님께 카톡으로 전송했다. 오늘 아이의 과제는 다 끝냈구나 생각하며 마음이 편해지려는 찰나, 한 통의 카톡이 날 쥐구멍을 찾고 싶게 만들어버렸다.
으아아! Hop이 '합'으로 소리가 난다고? 그럼 내가 어릴 때 그토록 들었던 동요는 왜 그랬던 것일까? '홉홉홉 뛰어라'의 그 '홉'은 'hop'가 아니었단 말인가!이걸 어떻게 수습해야 내 아이와 선생님께 내 체면이 설까?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내 안에서 수도 없이 교차했다. 결국 나는 선생님께 이실직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이야기에 선생님도 반응하기 난감했으리라!
이후에 신랑 친구 부부와 점심을 먹으면서 저 이야길 했더니, 남편이 아내에게 단속을 시켰다
너는 나중에 아이 영어학원 보내면 아는 단어도 꼭 발음 사전 찾아보고 발음 알려줘!
단 3글자로 영알못이 돼버린 우리, 그래도 아이들은 우리랑 다르게 자신감 있게 영어를 하는 날이 오길 바래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