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0일 오전 10시. 동네 병원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접종 후 맞은 부위가 간지러워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많이들 나타나는 증상이고 심하면 타이레놀을 먹으면 된다고 했다.
문제는 그다음 날 오후부터였다. 가슴에 돌을 얹어놓은 것처럼 숨 쉬기 불편해졌다. 과식했을 때 숨쉬기 힘든 그 느낌이 가슴까지 올라온 느낌과도 비슷했다. 혹시나 해서 일주일 먼저 화이자를 맞은 남편에게 물어봤더니, 남편은 가슴 쪽 불편함은 없었단다. 그리고는 인터넷을 찾아봤는지 나에게 걱정 말라는 듯이 얘기했다.
숨 안 쉬어지는 거 아니면 괜찮대
분명히 남편도 걱정돼서 인터넷을 찾아본 것일 텐데, 어쩜 저렇게 걱정이라고는 티끌 하나 없게 들리는 걸까? 나도 부랴부랴 검색해보니, 나와 비슷한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한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나보다 증상이 심한 사람도 있어 보였는데 검사 결과는 다 정상이었단다. 14~20일쯤 지난 후 증상이 사라졌다는 글을 보니, 남편의 말보다도 훨씬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 팁이 될 만한 글도 하나 발견했다.
출처 : https://m.blog.naver.com/harryun94/222474652578 다행히도 며칠 전에 신랑이 나에게 가장 모자라 보이는 비타민들이라며 사 준 영양제가 '아연+마그네슘+비타민D' 복합 영양제였다. 먹고 나니 증상이 확실히 좀 나아졌다.
거 봐,
네 몸에 뭐가 부족한 지 내가 제일 잘 아네!!
숨 안 쉬어지는 거 아니면 정상이라고 말했다가 나의 핀잔에 쭈그리가 되었던 남편이 갑자기 의기양양해졌다.
접종 후 3일째, 그때까지도 나는 계속해서 흉부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영양제를 먹어도 증상이 완전히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찌르는 느낌, 뭔가 싸한 느낌, 임신했을 때 배가 뭉치는 것처럼 가슴이 뭉치는 느낌 등등 가슴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증상은 다 느끼는 것 같았다.
그사이 남편은 직장동료들에게도 가슴 압박감은 느낀 적 없는지 물어보고, 인터넷도 더 찾아보더니 나보고 2차 접종은 하지 말란다. 화이자가 2차가 더 많이 아프다는데 걱정된다며.
때마침, 국민 비서로 이상증세 확인하라는 메시지가 왔다. 그런데 이상증세 체크란에 흉부 압박감은 없었다. 나는 기타 증상에 흉부 압박감을 쓰고, 제출 버튼을 눌렀다.
오후에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흉부 압박감은 심근, 심낭염의 증상 중에 하나일 수 있기 때문에, 가까운 순환기내과에 가서 진료를 한 번 받아보라고 말이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는 정상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면서 말이다. 그리고는 구 내에 순환기내과가 있는 병원 2곳을 알려주었다. 만약 백신 이상반응이 나올 경우 화이자 2차 접종은 자동으로 면제가 된다며...
병원에서는 내가 언제 어디서 어떤 백신을 맞았는지 꼼꼼히 체크 후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백신 이상 증세 문진 질문에 대답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내가 이상이 없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가슴 압박감 때문에 숨 쉬기가 곤란한지?
크게 한 숨 쉬는 게 힘들진 않는지?
심근/심낭염의 경우 앉아 있는 것보다 누워 있을 때 더 통증이 심해지는데 누워있는 게 힘들진 않는지?
밤에 자다가 숨 쉬는 게 불편해서 또는 가슴이 아파서 깨진 않았는지?
나는 2번째 질문은 부가설명을 보태서 동그라미인 셈 치더라도, 3,4번째 질문은 확실하게 내게 나타나지 않는 증상들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화이자를 맞은 여성들이 비슷한 증상으로 많이 내원한다며, 본인이 보기에는 백신을 맞게 되면 근육통처럼 따라오는 증상인 것 같다고 했다. 안 그래도 인터넷에 찾아보니 99.9% 정상으로 나온다더라고 얘기했더니, 의사 선생님이 99.9%가 아니고 100%란다, 본인의 경험 상! 그래도 정확한 진단을 위해 피검사와 심전도, 엑스레이 검사까지 모두 마쳤다.
그리고 그날 오후 또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국가에서 백신 이상반응 검사 비용을 보조해줄 수 있으니, 검사 결과가 나오면 신청하라는 전화였다. 물론, 신청한다고 100% 다 나오는 것은 아니며, 일부만 받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검사 결과가 정상이어도 지원금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자,
그... 신청은 하실 수 있으세요.
하하하... 의료실비 보험에나 잊지 말고 서류 접수해야겠다.
3일 후 검사 결과를 확인하러 갔더니, 의사는 검사했던 내용을 하나하나 말해주며 정상이라고 했다. 다만 빈혈이 있으니, 꼭 철분제를 챙겨 먹으라고 덧붙이면서 말이다.
의료실비 때문에 진단서를 부탁드리니, 보건소 제출서류까지 알아서 한 번에 발급해주셨다. 간호사도 내가 별도로 요청드리지 않았음에도 3일 전 결제했던 진료비 영수증까지 한번 더 출력해주셨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내가 백신 이상 증상은 없고 빈혈만 나왔다고 하자, 남편은 인터넷에서 화이자 맞고 나서 가슴 통증을 얘기한 사람들 글을 보다 보니 저혈압이거나, 빈혈인 사람이 많더라며 얘기했다.
너도 저혈압도 있잖아
그렇다. 나도 딱 한 번이긴 하지만 저혈압 얘기를 듣기도 했고, 지금도 기립성 저혈압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서면 잠깐 동안 앞이 잘 안 보이기도 한다. 빈혈이나 저혈압이 있으면 백신 때문에 가슴 쪽이 무리라도 가는 걸까? 알 수는 없지만, 나처럼 화이자 맞고 가슴 압박감을 느끼시는 분들에게 내 경험담이 조금이나마 심신안정에 도움이 되길 바래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