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 유인나처럼나와 동갑인 연예인들이 tv에서 커리어우먼으로 자주 활약해서일까? 난 여전히 젊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내 생각만큼 젊지 않다는 걸 종종 깨닫게될 때가 있다.
며칠 전, 허리 통증이 꽤 오래가기에 정형외과에 갔더니 벌써 퇴행이 오기 시작했단다. 다른 사람보다 좀 빨리 왔다고는 하는데 어쩜갱년기마저 패스하고 허리가 먼저 늙는 것일까. 치료를 위해 정자세로 정면으로 한 컷, 측면에서 한 컷 엑스레이를 찍고 있자니머그샷 찍는 죄수의 기분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내가 나이가 드는 걸 병원에서 가장 실감을 한다. 진단을 설명 들을 때가 아니라,진료실 안으로 들어가서의사의 얼굴을 처음 맞닥뜨릴 때 말이다. 예전에는 의사들이 당연히 나보다 어른이었는데, 어느 순간 내 또래로 보이는 사람들이 진료를 시작하더니, 얼마 전에는거짓말 조금 보태서 나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사람이 의사 가운을 입고 있었다. 묘한 위화감에 의사의 진료를 신뢰해도 될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하지만 무엇이 문제겠는가! 그저 내가 저 의사보다는 세상을 좀 더 오래 살았을 뿐임을...
하기야 할머니들은 죄다 손주 뻘인 의사들에게 진료도 받고 약도 타는데, 그깟 10살 어린 의사가 대수라고!
남편과 나는 아직 우린 젊은 세대라고 생각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부는대화 중에 늘 20~30대를 가리켜 '젊은 사람들'이라고 칭한다.은연중에 우리가 더 이상 '젊은 사람들' 축에 끼지 못한다는 것을 내비치는 것이다. 또한 남편은 회사에서 젊은 사원들이 본인을 점점 어렵게 대하는 걸 느끼고, 이제 더는 본인이 '젊은 사람들' 무리에 끼면 안 된다는 것을 몸소 깨닫고 있단다.
마음은 청춘인데,나이라는 숫자에 몸이 묶인다. 이제는 건강도 슬슬 묶이는 중이다. 조금만 더 세월이 흐르면, 거리에서 누군가 나를 '할머니'라고 칭할 때 마치 나를 부른 듯 자연스레 뒤돌아 보는 시기도 올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마음이라도 묶이지 않는 게 어디랴! 그때가 올 때까지, 하루라도 더 젊을 때 더 젊은 듯이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