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루 Oct 06. 2023

아들 엄마가 한 번도 꿈꿔 본 적 없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산다는 것 또한 문화(?) 충격이었습니다.

  우리 시어머니는 이미 아들 2명을 가졌지만 딸을 너무 낳고 싶어서 한 명 더 가졌는데, 그게 우리 신랑이었다.

  형님은 성별 따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아들만 둘을 낳았다.  

  나는 내 사주에 딸이 없을 거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둘째마저 아들이라는 걸 알게 된 날 결국 눈물이 나오고야 말았다. 아버님은 시어머니를 비롯, 이 집안에 딸이 없는 것이 당신의 잘못인 것 같다며 내게 미안하다고 하셨다. 그렇게 시댁 모임을 하는 날이면 성씨가 다른 사람만 성별이 달랐다.

주변 사람들은 내게 셋째도 가져보라고, 딸 없으면 노년에 엄마가 정말 많이 후회한다고들 지만, 나는 낳아보지 않아도 어쩐지 셋째의 성별을 알 것 같다. 시어머니의 전철을 굳이 내가 답습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아이들이 같은 유치원에 다녀서 친하게 지내게 된 엄마들끼리의 모임.

  다른 곳에 가면 전부 아들만 넘쳐난다는데,  동갑내기 아이들 6명 중에 우리 아이만 남자다. 아이들이 좀 더 크면 아이와 성별이 같은 사람들끼리만 친해진다는데 다행히도 큰 아이가 4학년임에도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

다들 사는 게 바빠 몇 개월 만에 함께 뭉친 자리. 집 근처의 맛집을 갈지, 아니면 조금 거리가 먼 곳으로 갈지 고민을 하다가 기장의 어느 바닷가에 다다랐다. 그리고 끊이지 않는 이야기, 이야기,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은 장소를 옮겨 커피숍에서도 계속되었다. 그때 한 언니가 친정 엄마를 모시고 핫플 까페를 다니는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에는 크게 반응 없던 친정 엄마가 나중에는 꼭 당신의 친구들과 함께 그 장소를 다시 데려가서 딸과 와봤다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우리 엄마가 나를 핫플로 데리고 가던데... 엄마도 어쩌면 저런 언니를 딸로 둔 엄마를 친구로 둬서 핫플을 나보다 먼저 알았을 수 있겠구나

  하고 자아반성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언니는 그 이야기의 끝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나도 나중에 늙으면 우리 딸이 나 데리고 핫플 다니겠지"

  언니의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여기서 갸우뚱한 건 나뿐인 것 같았다.

  아! 언니는 딸이 있어서 그런 생각을 하나 보네요. 저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생각 못해봤어요"

  이번에는 다른 엄마들이 내가 생각한 것 자체를 생각 못해본 눈치다. 

  "그럴 수 있겠네, 나루는 나중에 늙어서 남편이랑 다니는 것만 떠올리는 거지?"

  "네, 맞아요. 제 미래에 남편만 있지, 아들들은 없어요."

  그랬다. 내 미래에 있을 여행이든, 생활이든 그 속에는 항상 남편만 있을 뿐, 내 자식들은 없었다. 이건 반대로 생각해 보면, 시부모님의 현재 생활에 남편이 그다지 많이 끼어 있지 않다는 뜻도 될 것이다. 시부모님의 현재가 나의 미래니까.

  명절에 형님을 만났을 때에도 저 이야기를 했더니

  나도 내가 늙었을 때 아이들이 날 데리고 어딜 다니는 기대는  해 본 적이 없네.
그냥 남편이랑 있다고 생각하지"

  역시... 형님도 나도 아들만 있어서 노후 보장은 안 되는 기분이다. 그래도 괜찮다. 나랑 같이 놀아주는 남편이 있으니까! 그리고 노후에는 어찌 됐든, 당장 키우는 데에 딸보다는 손이 덜 가니 - 목욕탕도 아빠와 가고, 아이 머리 묶어줄 일도 없으니 -  그만큼 노년에 자식과 소원해지는 거라 생각하면 손해는 아닌 듯하다.

  노년에 핫플은 우리 부부가 알아서 찾아가 보는 걸로... ^^







이전 19화 아들아, 이번에는 올챙이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