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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May 02. 2022

아들아, 이번에는 올챙이니?

우리 집이 동물원은 아니잖아?!

  카라반을 사고 나서 가장 좋은 점은, 비가 와도 걱정 없이 캠핑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빗물에 젖은 텐트를 말리지 않아도 되니까! 비록 1박 2일이라는 짧은 여정이었지만, 이번에 가는 곳은 우리 가족이 제일 좋아하는 캠핑장이라서 다들 기분이 들떠 있었다.

  언제나처럼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계곡으로 내려갔다. 어제 부슬비도 내린 터라, 계곡에는 물도 적당히 흐르고 있었고, 잡을만한 물고기들도 더러 있을 것 같았다.

엄마, 우리 올챙이 잡았어요!"
우와~ 많이 잡았네"
근데 엄마, 우리 올챙이 집에 가져가서 키우면 안 돼요?"

  내가 지금 또 뭘 들은 거지? 오, 올챙이?? 크면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개구리가 될 그 올챙이를 키우자고?!

내 눈동자가 갈 길을 잃고 흔들리고 있자, 남편이 옆에서 거든다.

얘네들 금붕어 키우는 거랑 똑같대. 수돗물 받아서 금붕어 먹이 주면서 키우면 된단다. 개구리가 될 때까지 12주 정도 걸린대."

남편은 언제나 남의 편! 또 최종 결정권은 내게 있었다. 안 키우겠다고 하면 또 나만 원망 듣겠군.

하지만 우리 집엔 이미 너무 많은 생명들이 함께 살고 있다. 햄스터, 금붕어, 닥터피시, 사슴벌레 - 게다가 사슴벌레는 애벌레까지 낳았다 - 까지 있는데 거기다가 올챙이를 또 더하자고? 이건 아니지, 아니야!

내가 자신의 제안을 거절할 걸 눈치챈 막내가 필살기를 쓴다.

엄마, 어린이날 선물로 포켓몬 카드 말고 올챙이 키우는 걸로 할게요!"
아니! 포켓몬 카드 받자, 엄마가 사줄게"
아니요, 필요 없어요. 올챙이만 키우게 해 주세요, 제발요! 관찰일기도 쓸게요"

하, 이럴 때 당신들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저 말에 속아 넘어가면 결국 올챙이도 키우고, 포켓몬 카드도 사야 할 텐데...

나는 쉽게 답을 내리지 못했다. 저렇게 원하는데 키우자고 할까 싶다가도, 분명히 집에 데리고 가면 아이들이 뚜껑을 열어둬서 개구리가 집 안을 펄쩍펄쩍 뛰어다닐 것이다. 그리고 개구리의 움직임에 맞춰 나는 비명을 지르겠지.

나의 걱정에 남편이 그것도 미리 찾아봤다는 듯 얘기한다.

올챙이 뒷다리 나오기 시작하면 그때부턴 꼭 뚜껑 닫아놔야 한대. 안 그럼 튀어 오른다고. 애들한테 항상 뚜껑 닫으라고 주의를 줘야지"

내가 아이들에게 주의를 줘야 한다는 걸 몰라서 이러는 게 아니다. 분명 교육적으로는 도움이 될 거라는 건 나도 잘 알지만, 저 양서류까지 우리 집에 들이자니...

"안 되겠다, 너희 친구들 우리 집에 놀러 오면 입장료 받아야겠다. 우리 집이 무슨 동물원도 아니고"
"엄마, 우리 집에 별로 키우는 거 없는데요?"

  그래, 너희가 키우는 게 별로 없지! 죄다 엄마가 먹이 주고, 집 치워주고 키우니까...

아들 엄마는 좀 고상하고 우아하게 집을 꾸밀 수 없는 걸까? 꼭 이렇게 볼 때마다 움찔움찔 놀라는 생명들로 거실벽을 둘러야만 하는 것일까?!

  그렇게 나는 올챙이 5마리의 엄마 역할도 하게 되었다. 남편은 나더러 전생에 무엇을 했기에 이렇게 많은 동물들을 보살피게 되는 거냐며 웃는다. 전생까진 모르겠고, 현생에 이렇게 많은 생명들을 자연이 아닌, 집안으로 들이는 것 자체가 죄가 아닐까 싶다. 다 방생하고프다.

  막내는 내게 약속한대로 관찰일기를 스스로 썼다. 아직 1장밖에 안 썼지만, 계속 쓰다 보면 올챙이의 앞다리가 먼저 나오는지, 뒷다리가 먼저 나오는지 외우지 않아도 알게 되겠지.

  이렇게 또 나는 돌보아야 하는 생명이 늘었다. 그래, 쟤들은 12주면 개구리가 된다니까, 딱 12주만 인내하자. 12주야, 얼른 지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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