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안식처 베르동 계곡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봐야 한다는 베르동 계곡에 가다

by 더글라스김

아침 일찍 랜트카를 인수하기 위해 공항으로 갔다. 예약된 유로파 랜트카를 찾아 약간의 헤메임이 있었지만 무사히 차를 인수해서 베르동 계곡으로 출발했다. 베르동 계곡은 미국의 그랜드캐년 다음으로 큰 협곡이라고 들었다. 계곡으로 가는 길이 험하다는 얘기도 들었다. 한참을 달려서 계곡 입구에 진입했다. 아니나 다를까 바위를 깎아 만든 길은 처음부터 험했다. 구부러진 것이 마치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느낌이었고, 길이 좁기까지 해서 반대편 차와 부딪칠까 두려웠다. 올라갈수록 위험도는 높아갔다. 정상부근에서는 차가 마치 하늘로 솟아 올라갈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집사람은 옆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나도 움찔거리는 가슴을 들키지 않기 위해 “롤러코스트 타는 기분인데?“라고 한마디 했다.


정상을 지나니 널따란 평원이 나타났다. 꽤나 오랫동안 평평한 길을 달릴 정도로 넓고 긴 평원에는 농사를 짓는 크고 작은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긴장이 풀리자 배가 고파왔다. 우리나라 휴게소 같은 식당이 길가에 있었다. 사람들이 꽤 많았다. 간단한 지역 특산품도 팔았다. 우리는 닭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 주로 고기 종류로 주문했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음식이 나왔다. 두 분 할머니 들이 서빙을 담당하고 있어 조금은 버거워 보였다. 양고기는 그런대로 맛이 있었으나 닭고기 돼지고기는 기대했던 맛이 아니었다. 프랑스 가정식 같은 느낌의 요리였다. 문제는 계산 시스템이다. 프랑스는 대부분 식당에서 계산을 할 때 테이블에서 계산서를 요청하고 계산을 한다. 30분 정도 기다렸는데도 계산서를 주지 않았다. 프랑스 사람들게는 여유로움이 미덕이겠지만 우리는 힘들다. 옆 테이블도 기다리다 못해 직접 계산대에 가서 계산을 했다. 우리도 들어가서 겨우 계산을 마치고 나왔다.

IMG_4030.JPG 베르동 계곡 입구 호수

베르동으로 내려가는 길도 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평원을 지나자 다시 굴곡지고 좁은 길이 나왔다. 중간에 자전거를 타는 무리들이 많았다. 프랑스는 자전거 타는 문화가 활성화 됐다고 한다. 이곳이 험하기도 하고 경치도 아름다워 자전거 대회가 많이 열린다고 한다. 그래서 운전자들은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배려하면서 운전을 해야 한다. 중간에 사람들이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있어서 우리도 차를 세우고 내려다보니 베르동 계곡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장관이었다. 우리도 기념사진을 찍었다. 10시에 출발해서 3시경에 베르동 계곡에 도착했다. 너무 가슴 졸이고 더위를 먹어 피곤했다. 보트를 타려고 했는데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르고 피곤해서 숙소로 가기로 했다. 숙소에 가면서 다리를 지나가는데 다리에서 내려다보는 계곡이 진짜 베르동계곡이었다. 보트를 타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여기까지 와서 보트를 타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내일 아침에 다시 오기로 했다.

베르동계곡.jpg 베르동 계곡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소도시 무수티에 생트마리에 숙소가 있었다. 베르동 계곡에서 차로 10분 정도 걸렸다. 짐을 풀고 마을 산책을 했다. 작지만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신비로운 별이 산과 산 사이에 매달려 있어 '별이 지지 않는 마을'로 유명하다. 곳곳에 작은 식당들과 식당 앞에서 노래 부르는 가수와 거기에 호응하며 즐기는 사람들이 행복해 보인다. 도자기를 궁궐에 납품해 도자기 마을로도 유명해서 그런지 도자기를 판매하는 작은 가게들도 많았다. 산꼭대기에 성당이 있어 거기까지 올라가기로 했다. '노트르담 보부아르'라는 작은 성당이다. 올라가는 길에서 내려다 보는 마을 풍경은 곱게 물든 노을과 어울어져 한폭의 그림 같았다. 지지 않는 별빛과 석양에 감싸인 마을의 모습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을 연상하게 했다.

무스티에 생트마리.JPG 무스티에 생트마리 마을
무스티에 생트마리 2.JPG 음악회가 열리는 무스티에 생트마리

저녁 먹을 식당을 찾았다. 많은 식당이 있었지만 트러플을 사용하여 음식을 만든다고 쓰여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나는 리조또를 주문하고 아내는 샐러드, 아들은 피자를 시켰다. 모든 메뉴에 트러플이 들어가 특별한 맛이었다. 여기에도 예외 없이 한국인 커플을 볼 수 있었다. 평점이 좋다는 얘기다. 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어가기 아쉬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까지 마냥 동네를 걸었다.

트러플 식당.JPG 트러플 식당

베르동 계곡의 보트는 오전 9시 반부터 빌릴 수 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보트를 타고 있었다. 우리도 열심히 발로 노를 저어 계곡으로 들어갔다. 페달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한참을 들어갔다.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봐야 한다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풍경, 그 한 가운데 있다는 사실에 요동치는 심장을 달래야 했다.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때는 신들의 안식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력을 펼치게 했다. 중간쯤 들어가 그늘에 보트를 세워 놓고 계곡에서 수영을 했다. 아내는 수영복을 입지 않아 나하고 아들만 들어갔다. 이토록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 베르동 계곡에 몸을 담고 수영 한다는 사실에 니스 해변에 이어서 너무나 황홀한 순간으로 기억된다. 보트를 반납하고 다음 목적지인 라벤더 밭을 향해 출발했다.


라벤더 .JPG

날씨가 너무 더웠다. 점심을 먹기 위해 레스토랑을 찾아 나섰다. 어렵게 식당이 있는 마을의 중심 지역에 도착했다. 식당이 많지 않아서 인지 사람들이 너무 밀려 있었다. 한참을 줄서 기다리다가 자리를 안내 받았다. 어렵게 음식을 주문해 먹었는데 어떤 메뉴를 시켰는지는 지금 생각나지 않는다. 그렇게 인상 깊은 맛은 아니었나보다. 점심을 먹고 라벤더 밭을 향해 차를 몰았다. 한참을 달려 가는데 중간에 라벤더 밭이 펼쳐져 있었다. 차를 세우고 지친 몸을 라벤더 향으로 샤워하는 호강을 누렸다. 발랑송은 라벤더로 특화된 지역이다. 목표지점에 가는 내내 라벤더향이 차로 스며들어 후각을 자극했다. 특산품을 파는 기념품 숍에 들렀다. 각자 귀국 선물을 일부 샀다. 마치 우리가 도착한 날부터 라벤다 밭에 들어갈 수 있도록 허락한다고 했다. 운이 좋다는 생각에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라벤더2.JPG

숙소에 짐을 풀고 액상프로방스 시내로 저녁도 먹고 시내 구경도 할 겸 출발했다. 시내에 돌아다녀 보니 다른 소도시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사람들의 옷차림이 세련되고 거리도 깨끗했다. 더위를 먹었는지 힘이 없어 식당을 찾기도 힘들었다. 주변에 파이브가이스라는 햄버거 가게로 갔다. 한국에 있는 파이브가이스는 한참을 줄서야 먹을 수 있다고 해 여기서 먹어보기로 했다. 프랑스에서 햄버거 집은 잘 맞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은 했지만 홀은 텅 비어 있었다. 접시도 없이 알루미늄호일에 싸서 그대로 먹어야 한다. 소스는 너무 많아서 줄줄 흘러내렸다. 나하고는 맞지 않았다. 그렇게 액상프로방스에서 일박을 마감했다. 내일은 중세 성곽의 도시 아비뇽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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