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를에서 고흐의 흔적들과 마주하다.
고흐의 고장 아를로 향했다. 남프랑스를 여행하면 빠뜨릴 수 없는 곳이다. 콜로세움을 먼저 들렀다. 로마에 있는 콜로세움보다는 작지만 그 당시에 기술을 생각하면 훌륭한 건축물이다. 한 때는 그 안에 200 가구가 집을 짓고 살았고, 교회도 2개가 있었다고 한다. 성처럼 벽으로 막이주기 때문에 안전성이 보장되어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모두 철거하고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됐다고 한다. 2층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가니 론 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마을의 전경도 볼 수 있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평점이 좋은 현지인이 이용하는 식당에 갔다. 30분 정도 기다려야 된다고 해서 고흐가 이용했다는 카페 주변으로 갔다. 마땅한 식당이 없어 다시 좀 전의 식당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차례가 돼서 바로 테라스로 안내를 받았다. 모녀가 운영하는 식당이었는데 딸이 서빙을 너무 친절하게 잘했다. 모처럼 받아보는 프랑스에서의 서비스다운 서비스였다. 날씨는 더웠지만 식사를 맛있게 하고 디저트와 커피까지 마시고 팁까지 주고 나왔다. 그만큼 프랑스에서 서비스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는 증거다. 프랑스는 서비스만 좋으면 지구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거라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원래는 고흐가 작품을 구상하며 자주 이용했다는 노란색으로 색칠된 고흐 카페에서 마시기로 했지만 식당에서 모든 것을 해결했다.
그림에서 많이 보았던 노란색의 카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한국 사람들도 여러 명 있었다. 고흐가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면 이곳에서 23잔의 커피를 마시며 3일 동안 밥도 먹지 않고 앉아 있었다고 한다. 명작으로 알려진 ‘별이 빛나는 밤’에도 이곳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색상도 원래는 베이지 색이었는데 고흐가 노란색으로 표현해 지금은 색깔이 노랗게 되었다고 한다. 고흐가 이곳 구석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고뇌하는 모습이 떠올라 뭉클해졌다.
고흐가 입원했었다는 정신병원으로 이동했다. 카페와 멀지 않은 곳이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경건한 마음으로 방문했지만 뜻밖의 풍경이었다.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나이 드신 현지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편안하게 둘러앉아 노래를 감상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너무 좋아 우리도 빈자리를 찾아 노래를 감상했다. 의자도 누워 있을 수 있는 의자라서 편안해 보였고, 의자가 없는 사람들은 잔디 위에 앉아 감상했다. 자연스럽게 아무 데나 앉아 음악을 감상하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아내도 내가 구해준 의자에서 지그시 눈을 감고 음악을 감상하고 있었다. 우리 부부가 이렇게 평화롭게 음악을 감상한 게 얼마만인가 생각했다. 은퇴하면 이런 기회를 자주 마련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은퇴 후 가정으로 안전하게 복귀하는 나만의 프로잭트는 그렇게 조용히 진행되고 있었다.
공연하고 있는 SUDO라는 가수를 검색해 보니 영국의 중년 여가수였다. 반 백발에서 우러나오는 완숙미가 편안하고 우아하게 보였다. 여가수는 노래를 부르고, 남자가 기타를 치는 혼성듀엣이었다. 지금은 문화센터로 이용하고 있다는 정신병원은 고흐가 이곳에 있으면서 그렸다는 정원의 모습이 패널에 비치되어 있었다. 그때 모습 그대로였다. 정신병원 건물을 그대로 유지하며 문화센터로 이용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문화유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유지해야 되는지 정답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흐르는 음악의 선율에 고흐의 아픈 상처가 치유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계속 감상하고 싶었지만 30분쯤 후에 공연이 끝났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약간의 기념품을 구매한 후 숙소인 아비뇽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