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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뉘 Sep 07. 2024

무해한 나의 사람들 -엄마 3

나는 요즘 잘 지내고 있다.

이 표현이 잘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상을 살아가고자 무척 노력하고 있다.

엄마가 드디어 의식이 없어지셨다. 예견된 진행임을 알면서도 막상 중환자실에 엄마를 면회 가서 볼 때마다 하루가 휘청 거린다.

내가 과연 엄마라는 단어를 몇 번이나 불러 볼 수 있을까?

엄마의 의식 세계는 어디쯤 가고 있을까? 어디쯤 헤매고 계시는 걸까? 수없이 엄마 엄마 불러보지만 어떤 인기척도 없다.

힘겹게 숨을 몰아 쉬는 엄마의 얼굴이 힘겨워 보인다. 온몸에는 여러 줄이 달려 있다. 알 수 없는 의학적 기계가 엄마의 영혼을 부여잡고 있다. 아니 어쩜 엄마가 한가닥 숨으로 이 생을 부여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숨조차 힘겹게 쉬는 엄마를 위해 할 일을 생각한다. 물수건을 적셔서 엄마 팔이며, 얼굴을 닦아 주며 생각한다. ‘사랑한다고 말해야 하나,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나 아님, 잠시만 안녕이라고 말해야 하나 곧 우리 다시 만나자 하고 말해야 하나 정말 이 생에서 고생 많았다고 이제 편히 쉬라고 해야 하나 아님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으니 이 상태라도 좋으니 좀 더 우리 곁에 머물러 달라고 말해야 하나 가족 걱정은 하지 말고 엄마만 생각하라고 가족들 권사는 내가 잘하겠다고 약속하겠다고 이 모든 말들을 전부 말할까?’ 생각만 들뿐 입이 움직이지 않는다. 마음속에 많은 말들이 뒤 엉켜서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겨우 나오는 말이라곤 엄마뿐이다. 엄마!

역시 난 안 되는구나! 수많은 사람들한테 다정하며 무슨 소용인가! 정작 엄마한테 사랑한다고 미안하다고 제대로 말할 줄 모르는 무뚝뚝한 딸이 나인 것을 왜 이렇게 나 자신이 한심하고, 원망스러운지 모르겠다.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넌 눈물 흘릴 자격도 없어 왜 우냐?’ 나의 또 다른 자아가 나에게 소리치는 모습이 보인다.

이제 와서 눈물을 흘리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죄책감인가? 아님 후회인가?

왜 어른들이 살아생전에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라는 말씀을 하시는지 절실히 실감하는 순간!

이미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을 부여잡고 울고 있다. 과거의 시간 속에서 현재를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이 징글징글하게 싫다. 나의 일상이 더 소중해서 좀 더 엄마와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항상 엄마와의 시간은 뒷전이었다. 엄마는 언제든 내가 보고 싶을 때 가고 싶을 때 가면 만날 수 있는 존재라고 착각하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나의 어리석음이 너무 싫어서 미치도록 싫어서 감당이 안 되는 요즘.

“마음에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의사 선생님을 볼 때마다  묻고 싶다. 도대체 ‘마음에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담할 때마다, 마음에 준비를 하시죠! 이 단어가 이렇게 사람의 피를 말리는 소리인 줄 몰랐다. 세상에서 제일 듣기 싫은 말! “마음에 준비를 하시죠!”


나는 지금껏 나 자신을 과소 평가 하고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외유내강이 나 자신임을 알고 살아왔는데 요즘 아무 때나 어떤 장소든 상관없이 불쑥불쑥 쏟아지는 눈물을 감당 못해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만남을 피하는 내 속내를  모르겠다.


나는 계속 마음에 주문을 건다. 엄마와의 이별을 받아들이고 엄마를 잘 보내 드리자. 이 모든 것을 하기 위해서는 나는 일상을 살아 내야만 한다.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웃고, 울고, 다가오는 이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수없이 주문을 걸지만 모든 것이 뒤죽박죽인 이 시간들.

언니의 전화벨이 공포로 느끼는 요즘!

웃음에 진정성이 있든 없든, 웃는 시간이 필요한 요즘!

하루를 잘 살아내고 엄마를 보러 갈 수 있음에 감사하는 요즘!

모든 감정들이 뒤죽박죽이지만 난 잘 살아내고 있다. 이것이 엄마가 나에게 보여준 사랑에 보답하는 시간이라고 합리화를 하면서 하루를 살아내는 요즘!

휴대폰 울림이 제일 싫은 요즘! 나는 생각한다. 하루를 살아내자 잘 살아가자고 엄마 시간까지 잘 버티고 잘 살아내자고 그렇게 엄마를 잘 배웅하자고 수 없는 말들을 주문을 거는 시간의 요즘 나는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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