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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복 Mar 22. 2023

어머니의 산

[그림대화] (2) 

     처음엔 형의 태백 탄광촌 그림에서 자주 보던 콘테나 목탄으로 종이에 그린 줄 알았다. 근데 붓 자국이 얼핏 스쳐 이미지를 확대해보니, 눈길에 자글자글하게 덧칠한 붓질이 보였다. 


     무엇보다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산의 ‘능선’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요란한 변화 없이 적절한 굵기의 선으로 흐르는 능선이 무척 ‘단단’했다. 뭔가 듬직한 ‘신뢰감’ 같은 감정이 들었다. 


     너무 작아 잘 안보였지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온통 눈으로 하얗게 덮힌 산골짜기에 들인지 길인지가 꽤 넓고 계곡 바람이 세차서 추운 듯, 잔뜩 움츠리고 잰걸음으로 걸어가는 아낙네’가 보였다. 보일락 말락, 하도 작은 점이어서 그냥 지나칠 뻔 했는데, 아무래도 그 형상이 사람 같아서 확대해보았다.


     손을 소매에 넣어 팔짱을 끼고 잔뜩 움츠린 채 걷는 모습이 참 공감되었다. 뭐랄까 마음이 푸근해 진달까. 산과 자연의 압도적인 무게감과 경건함이 단번에 인간적인 살가움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 아낙은 지금 어딜 가는 걸까? 이웃에 마실을 가는 걸까? 어린 자식이 아파 약이라도 얻으려 이웃에 가는 길일까? 궁금했다. 


#화가 #형 #류장복 #그림대화

Jangbok Ryu_graphite and acrylic on linen_180×290cm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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