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낮은 둔덕과 계단, 그리고 두 사람 …… 뭔가 스토리가 있을 거 같은데, 그게 무엇일지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어느덧 이미지를 더듬게 된다. 파란 화면에서 느껴지는 쨍한 차가움은 피부보다는 마음에 먼저 와 닿는다. 그래서인지 깊은 바닷속 심연이나 초겨울 맑은 하늘의 감촉이 만져진다.
화면 전체가 무척 단단한 느낌인데, 거칠지 않고 부드러워서 금속의 질감은 아니고 ……, 그럼 도자기인가 싶었는데, 화면의 평면적 느낌이 갑자기 ‘타일’을 떠올리게 한다. 한옥집의 나무 대문을 들어서면 좌우 벽의 허리 아래쯤에 붙어있는 타일 중에 이런 이미지의 타일이 몇 개 붙어있었던 같은 기시감이 든다.
‘원시성’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무척 ‘세련된(현대적)’ 느낌이라서, 이 둘이 팽팽하게 서로를 버티고 있다고 여겨진다. 근데, 불현듯 고갱과 마티스가 함께 떠오르는 건 왜일까?
#화가 #형 #류장복 #그림대화
9월 8일 오후 4시 59분_acrylic on linen_145.5×112.1cm_2023/ Jangbok R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