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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복 Mar 23. 2023

9월 15일 오후 3시 18분

[그림대화] (4)

     무더운 한여름 무료한 오후, 실내가 제법 널널한 펍(pub)인가? 카페인가? 몇몇 젊은 청춘들이 두엇씩 앉아 있기는 한데, 뭔가 특별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장소가 술집이었는지 가물하지만 로트렉 그림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그런데 무척 활력에 넘쳤던 로트렉의 공간-인물들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이 공간은 활력이 없다. 사람들도 나른하고 무기력해 보인다.


     사람들이 중요한 행위자(캐릭터)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서사나 스토리가 떠오르지 않는 걸까? 오히려 가늘고 흐물흐물한 외곽선이 그런 캐릭터성과 스토리의 개연성을 흩어버리고, 아예 허용하지 않으려는 거 같기도 하다.


     스토리가 전개되지 않아 이미지를 더듬는데, 그리 강렬한 감각적인 자극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나른하고 한가하고 무료하다. 한가함은 왠지 ‘희망 없음’과 서글픈 불안감으로 더 가버린다. 게다가 화면의 평면성, 바래버린 듯 엷은 색감의 노란색 바탕이 ‘충만하지 않음’의 느낌을 더 부추기는 것 같기도 하다.


#화가 #형 #류장복 #그림대화

9월 15일 오후 3시 18분_charcoal and acrylic on linen_65.1x53cm_2023/ Jangbok 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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