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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복 Mar 24. 2023

해장국집 사람들

[그림대화] (5)

     일없는 휴일, 동네 선술집 .. 서고 앉아 마주 보며 유쾌한 대화를 나누는 두 사내, 얼굴을 손바닥에 비스듬히 괴고 앉아 시큰둥 바라보는 나이가 좀 들어 뵈는 사내, 아는 사람이 들어섰는지 아예 등을 돌려 반갑게 맞이하는 사내. 


     네 사내가 모두 하나같이 몸짓과 모습에 스스럼도 거침도 없고, 표정에도 꾸밈이 없다. 몸도 노동으로 단련됐을 거 같은 근육으로 다부지다. 서고 앉은 각자의 자세가 참 자연스럽고 안정감이 있어서, 보기에 마음이 편안하다. 


     그런데, 오른팔을 들고 있는 세 사내는 소주잔을 들고 있는 포즈인데, 모두 빈손이다. 탁자도 비어있다. 게다가 탁자에서 서광이라도 발산되는 거처럼 유난히 밝은 것이, 좀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이 살짝 들었다. 그러고 보니, 서로 친근한 일행들의 왁자한 술자리라고 여겼는데, 넷은 각자 따로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그냥 작가가 별개의 인물들을 현재의 그 자리에 적당히 배치해 넣은 거 같기도. 그렇다. 아주 ‘현실적인 장면’이면서, 동시에 ‘비현실적인 화면’이다. 이 둘이 묘하게 공존한다. 신기한 착시 같기도 하다.


     또, 네 사내의 굵은 팔들이 형성하는 마름모 형상은, 정지된 화면의 안정감에 일렁이며 순환하는 듯한 ‘운동감’을 일으키고 있었다.   


#화가 #형 #류장복 #그림대화     

해장국집 사람들_chalk, graphite powder and oil on linen_180x295cm_2020-22/ Jangbok 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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