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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복 Mar 22. 2023

늙은 어부 – 놈에게 끌려가고

[그림대화] (1)  

     그리 크지 않은 덩치의 사내는 바다 한 복판에서 내리쬐는 강렬한 태양광을 온몸으로 고스란히 다 받아내면서도, 동시에 전(全)방위로(우주로) 튕겨내고 있다. 어쩌면 태양빛에 의해 몸이 표면에서부터 바스라지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든다. 온 우주의 힘이라도 동원할 듯 저리도 애를 쓰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줄에 매달린 화면 밖 실체가 ‘삶’ 자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태양광과 사내가 함께 펼쳐내는 스펙타클과는 대조적으로, 짙은(어두운) 어둠 속에서 해초처럼 흔들리는 문자들은 바닷속 심연(深淵)을 연상하게 한다. 칠흙 같은 어둠이지만 답답하거나 무섭거나 경직되지 않다. 동일한 스타일의 글자들임에도 그것들이 자유로워서 그런지, 전혀 부담스럽지가 않다. 


     서사-이미지, 밝음-어둠, 태양의 강렬–심연의 침잠 …… 화면의 반반을 차지하면서 무척 극단적인 대조와 대립을 하고 있음에도, 서로 일방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고 나란하다. 


#화가 #형 #류장복 #그림대화

늙은 어부 - 놈에게 끌려가고, oil on linen, 90.9x145.4cm, 2019-22/Jangbok 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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