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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복 Mar 28. 2023

The tempest

[그림대화] (14)

     제목에서 먼저 멈칫했다. 템페스트, 셰익스피어의 희곡 제목으로 알고 있는데 …… 뒤져보니, 베토벤의 소나타 중에 템페스트가 있고, 역시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 영향을 받아 작곡했다고 나온다. 다시 보니, 화면 아래 피아노 치는 작은 노인이 눈에 들어온다.


     걸친 저고리가 팔꿈치가 닳아빠지도록 오래 입은 것 같은데, 목덜미가 헐렁한 것이 몸도 많이 쪼그라든 상노인이다. 행색은 초췌한데, 하얗게 센 짧은 곱슬머리가 다부지고 고집 센 노인이겠다 싶다.


     평생 동안 들에서 받아낸 태양빛이 빚어낸 검은 얼굴, 유난히 긴 팔을 건반에 올려놓은 채 무야경으로 연주에 몰입하는 모습 ……, 경건한 기운이 감돈다. 아니 어쩌면 노인의 격정적인 연주는 노인의 등에 닿은 빛이 조종하고 있는 듯, 신비롭기조차 하다. 창을 통해 들어온 그 빛은 석양이 지기 전에 발산하는 찬란한 금빛이었다. 노인처럼 말이다.


     거대한 창, 창밖의 낮은 경사 길, 길옆을 흐르는 강물, 강 건너 너른 들판이 풍요롭다. 벼락이라도 맞았는지, 모진 세파를 견뎌내느라 비스듬히 기운 채 둥치만 남은 커다란 나무 두 그루 …… 그 밑둥을 감싼 석양 빛줄기가 노인의 등에 닿은 빛줄기처럼 희망으로 연결된 생명줄 같다.


#화가 #형 #류장복 #그림대화

The tempest_oil on linen_45.5x45.5cm_2020-22/ Jangbok 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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