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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복 Mar 29. 2023

어딘들 봄이 오지 않으랴

[그림대화] (15)

     돋보기를 쓰고 책을 내려다보는 할머니, 약간의 퍼머기가 남았는지 짧게 올려붙인 머리가 정갈하고 단아하다. 한 손으론 얼굴을 받치고, 다른 한 손은 책장을 누른 채 시선을 떨궈 책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평화롭다.


     창밖의 따뜻한 기운이 분홍 쉐터 입은 할머니의 어깨에 서광처럼 내려앉아 밝게 빛을 낸다. 언뜻언뜻 가지를 뻗친 나무도 봄이 온 줄을 안다. 땅밑 수분을 힘차게 빨아올려 가지마다 그  끄트머리까지 부지런히 날라 적시며 꽃망울 터뜨릴 차비를 하겠지 …….


     자세히 보니 할머니의 어깨 쯤에 선들이 희미하게 보이는데, 신발끈을 매는지 엎드린 이와 앞에 마주서서 바라보는 이 …… 부자지간일까? 동네 이웃일까? 두 사람 위로 “Don’t worry, Spring comes everywhere.” 라고 글이 씌여 있다. 만물이 생동하는 따뜻한 봄날에 건네는 정겨운 덕담이다.  


     아롱대는 봄볓의 필터를 거친 듯, 엷게 희석된 화면 전체의 색감이 한없이 포근하다. 어느새 슬며시 나른해지는 것이, 몽환적인 느낌으로 스르륵 빠져든다.


#화가 #형 #류장복 #그림대화

어딘들 봄이 오지 않으랴_charcoal, gouache, acrylic on linen_162.2x130.3cm_2023/ Jangbok 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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