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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복 Mar 29. 2023

5월 30일 늦은 오후

[그림대화] (16)

     평면적인 면 분할과 심플한 색조가 전체적으로 담백한 것이 인상적이다. 인물 등 뒤 창문에 드리워진 초록의 커튼, 커튼에 그려진 말린 들풀 같은 문양이 살짝 기운 자세 때문인지 운동감과 생동감을 불러일으킨다.

      인물의 등을 받치는 어두운 색깔의 등받이, 커튼과 인물 앞의 검은 탁자 …… 직사각형 모양의 평면들이 계단처럼 밑으로 갈수록 넓어지도록 배치된 면 분할이 구축적(構築的) 안정감을 주는데, 검고 진한 색감이 안정감을 더한다.


     그런데 우측의 창문에서는, 화폭 저 너머에 있을 소실점을 향해 빠져들어 가느라 비스듬히 기운 창틀이 입체감을 드러내고 있다. 좌측의 평면적 화면과 우측의 입체적 공간이 공존하는 것이 불합리(?)함이 마땅함에도, 오히려 그 불합리한 충돌이 찻집 안 공간에 잔잔한 역동의 기운을 일으킨다.
     더우기 평면적 화면은 짙고 어두워 응축(凝縮)의 밀도가 느껴지는 데 반면, 입체적 공간은 밝고 화사해서 팽창하는 느낌이다.


     입체공간에 속하는 창틀과 그 위 조명등, 화병의 꽃으로 이어진 대각선의 연장선에 있는 인물, 그는 좌우의 평면화면과 입체공간을 연결하는 중심이다.
     숏커트의 헤어스타일을 한 조용한 분위기의 그의 모습은 평면화면의 안정감에 연결된 듯하고, 두 손을 들어 이야기하는 활발한 모습은 입체공간의 활기 탓인 것 같다.
     탁자 위에서 놓인 다기(茶器)들과 벗어놓은 안경 역시, 입체공간에 가득찬 밝은 기운을 다 받아내면서도 탁자의 검푸른 색을 언뜻언뜻 묻혀 푸른빛을 튕겨내는데, 마치 ‘평면-입체’라는 상이한 차원의 공간 충돌이 빚어낸 ‘허공’에 존재하는 양, 둥둥 떠 있는 것 같다.


#화가 #형 #류장복 #그림대화

30일 늦은 오후, acrylic and oil on linen, 180x130cm, 2021-22/ Jangbok 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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