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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복 Mar 30. 2023

꽃이 피니 봄이 오네

[그림대화] (17)

     만발한 붉은 꽃이 참으로 화려하다. 겨우내 웅크린채 기다려온 생명은 더는 참고 기다릴 수 없었는지 터져나오듯 만개(滿開)해 버렸다.


      그렇다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다. 봄이란 그렇게 안일하게, 그저 주어지듯 찾아와주는 것이 아닐 거다. 여린 꽃 이파리들이 어둡고 침침한 동면을 뚫고 여전히 쌀쌀한 대기를 째고 나오니, 비로소 봄이 ‘되는’ 것이었다.

  

     화려한 선홍빛깔이 문득 ‘피빛’으로 흘러, 내 마음 속으로 파고들듯 스며온다. 당황스럽다. 생명의 축제와도 같은 개화의 광경이 죽음과 비련(悲戀)의 슬픔으로 번지다니.
     보고 또 봐도, 외면했다 다시 보고, 눈을 비비고 감았다 다시 보아도, 처음의 그 화려한 꽃의 빛깔로 되돌려지질 않는다. 이를 어쩐다, 난감하다.
 


#화가 #형 #류장복 #그림대화     

꽃이 피니 봄이 오네_gouache, acrylic and oilbar on linen_45.5x45.5cm_2023/ Jangbok 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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