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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복 Apr 02. 2023

넘어지는

[그림대화] (21)

     역시 덩어리로서의 신체, ‘몸뚱이’다. 둔중한 신체가 허공에 떠서 넘어지려 하고 있다. 그 찰나의 순간을 카메라로 포착한 듯하다. 엎어지기 직전의 매우 불안(정)한 동작이다. 그런데 ‘안정적으로 불안(정)’하다. 동작의 설득력, 즉 그럴듯함에서 나오는 공감 탓인가 보다. [A]는 운동감이 한층 두드러지는 반면, 그에 비해 [B]는 안정감이 우세한 느낌이다.

      

     [A]는 가는 선(線)들이 반복되며, 헝크러지듯 중첩되면서 신체의 윤곽을 표현한다. 낙하 순간, 신체 모든 부분의 ‘진동과 떨림’이 보이는 듯하다.

     중력과 맞서 허물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느라 곤두선 왼발 끝, 허공에 뜬 채 중심을 잡아보려는 오른발, 결국 넘어지고 말 순간을 대비하는 두 팔 …… 신체의 모든 일부가 만들어내는 움직임이 보인다. 또 그 움직임이 이해가 된다. 몸 전체의 유기적인 조응-반응이 새삼스럽다.      


     [B]는 색면(色面)으로 신체를 구성했다. 신체를 감싼 공기가 그 신체의 경계를 엷은 빛으로 드러내고 윤곽을 잡아준다. 거친 붓질로 ‘구축된’ 신체가 안정감을 주고 있다.

     역시 [A]와 동일한 찰나의 동작임에도 진동과 떨림보다는 몸뚱이의 ‘존재감’이 강력하다. 넘어지고 있다기보다는 버티고 있나? 아니 앞으로 돌진하고 있는 것도 같다.

     고개를 쳐들고 정면을 향한 시선이 일으키는 힘이, (수직)중력을 거스르는 (수평)벡터로 작동한다. 중력과 응시의 벡터가 팽팽한 균형 속 긴장을 일으킨다. 정중동(靜中動)의 다이나믹을 보는 것 같다.     


     [A]가 허공에서 막 넘어지고 있는 찰라라면, [B]는 무중력 공간의 정지된 장면 같기도. 신체에 대한 ‘선(線)과 색면’(色面)이라는 표현 방식의 차이가 일으키는 엄청난 ‘다름’을 보았다.    

  

#화가 #형 #류장복 #그림대화

[A] ‘넘어지는'을 위한 연습_conte on paper_21x29.7cm_2022.4.26./ Jangbok Ryu

[B] 넘어지는_acrylic and oil on linen_91x116.8cm_2022/ Jangbok Ryu

[A] ‘넘어지는'을 위한 연습_conte on paper_21x29.7cm_2022.4.26./ Jangbok Ryu

    

[B] 넘어지는_acrylic and oil on linen_91x116.8cm_2022/ Jangbok 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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