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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복 Apr 05. 2023

군중

[그림대화] 25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아이들도 어른과 함께 있고, 안겨있는 어린애도 있다. 나무와 건물 간판 등이 빼곡한 것을 보니 도로변 인도를 메운 사람들 같다.

     웬일로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까? 데모를 하나? 그리 전투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모두 한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 뭔가를 구경하고 있다.

     무슨 구경일까? 표정이 보이질 않으니, 무슨 구경일지가 도무지 짐작이 안 된다. 작가가 그림에 붙인 설명글을 보았다.      


[22.11.13 사람들이 모였다. 백주대낮에 춤을 추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쇼랍시고 보여주었다. 군중 가운데 한 사람이 나섰다. 한쪽 발을 높이 쳐들었다. 밟았다. 아사삭, 껍질 채로 검은 아스팔트에 으깨져 그대로 눌어붙었다. 이제 벌레는 사라졌다.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둘러보니 사방이 노랬다. 해가 기울었다고 느꼈다. 순간, 잠에서 깼다. 선잠이었다.]     


     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쇼랍시고 백주대낮에 춤을 추었다’는 대목에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리고 나서 다시 그림을 보았다. 해가 지느라, 따갑지 않은 밝고 따스한 햇살이 군중들 위로 쏟아져 내렸다.

     그런데 사람들의 표정이 덤덤해 보였다. ‘쇼’를 보고도, 그리고 응징의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 치고는 별스럽지도 않아 하는 태도다. 꿈속이라 그랬을까? 세상이 어찌 될라고 이러나 싶어도, 사람들이 살기 바빠 무심한듯 싶어도, 다 알고 있고 또 행동한다는 것에 대한 믿음으로 이해해본다.      


#화가 #형 #류장복 #그림대화

군중_oil on linen_53x45.5cm_2022-23/ Jangbok 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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