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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복 Apr 06. 2023

풍경의 소리

[그림대화] 26

     지구의 단면일까? 지구 표면의 바다, 그 아래 오랜 세월 동안 누적되어 쌓여온 단층들 …… 바다가 거대한 해일을 일으켜 모조리 집어삼킬 기세다. 그 아래는 황폐하게 변해버린 땅이다. 땅 위에는 불에 타 숯으로 굳어버린 생명체들이 널려있다. 아래로 갈수록 그 파멸의 정도가 더욱 심해진다. 파괴와 죽음이 널려있는 멸망의 현장이다.      


     그렇다. 상상의 그림이 아니다. 몇 년 전 광대한 국토의 20%가 6개월 동안 불타올랐다는 호주, 수억 마리의 동물들이 불에 타 죽었다. 수많은 동물들이 기능적 멸종, 이른바 ‘씨가 말라’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그 참혹한 공포의 현장이 이랬을 거다.       


     날개를 펼치고 막 날아오르려고 하는 부엉이가 보인다. 곧추선 부엉이의 날개짓은 이미 닥친 ‘인류멸종’의 운명을 예고하는 것 같다. 그림의 제목이 <풍경의 소리>다. 멸망과 멸종의 현장 풍경이 전하는 ‘경고’의 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화면 맨 아래에 조금 남겨둔 물, 작가는 차마 희망을 포기할 수 없어서였을까?     


#화가 #형 #류장복 #그림대화

풍경의 소리 The sound of scenery, oil on linen, 145.5x112.1cm,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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