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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복 Apr 07. 2023

봄!

[그림대화] 27

     꽃잎이 넙적한 걸 보니 목련이다. 저렇게 흐드러지게 피다니, 완연한 봄이겠구나. 봄!

     

     꽃나무를 보고 있건만, 난무하듯 강렬하게 쏟아지는 빛들이 보인다. 눈이 부실 지경이다. 꽃나무가 서 있건만, 한껏 물이 오른 꽃잎들이 뿜어내는 꽃향기로 가득한 거리의 공기가 달콤하다.      


     빛과 공기가 서로 구분 없이 섞이고 엉겨, 여린 목련 꽃잎들의 떨리는 숨결까지 온전하게 품어낸다. 목련 역시 굳이 꽃-나무이기를 우기지 않는다. 이미 빛이 닿는 순간 빛이 되었고, 공기를 호흡하는 순간 공기가 되어버렸다. 대상의 윤곽은 빛의 산란에 흡수되었고, ‘대상과 배경’의 구분도 다 무의미해져 버렸다.      


     목련 꽃잎들은 출렁이는 바람의 움직임에 아예 자신을 내맡긴 듯 휘날리더니, 이내 소용돌이가 되어 다시 꽃바람을 일으킨다. 이제 꽃나무는 사라져 버리고, 그 자리엔 꽃향기 가득한 화사한 빛들만이 춤을 추고 있다.      


     가만 보니, 목각인형만이 유일하게 이 꽃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아니다. 바로 목각인형이 빛과 공기의 운행(運行)을 지휘하며, 이 꽃사태를 일으키고 있었구나!     

#화가 #형 #류장복 #그림대화

봄!, oil on linen, 65.1x45.5cm, 20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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