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창복 Apr 09. 2023

406의 창

[그림대화] 28

     동일 공간(거리)을 여러 시점(時點)에서 그리고 있다. 사물은 빛의 변화에 따라 달리 보이고, 그 순간적인 형태의 변화를 포착하려했던 화가들을 인상주의라고 했던가. 이 그림은 바로 그런 인상주의의 관점과 작법(作法)이 잘 보인다.      

모네의 <루앙 대성당> 연작

     <수련>으로 유명한 프랑스 화가 클로드 모네가 그린 <루앙 대성당>은 성당 맞은편의 동일 장소에서 반복하여 여러 장을 그린 연작(連作)이다. 그리는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성당의 모습이 다르게 보인다는, 인상주의의 관점을 아주 직접적으로 드러낸 작품이라고 한다.       

[A] 언뜻 창턱의 관절목각인형과 눈이 마주쳤던 그 날도 몹시 추웠다, oil on linen, 65.1x45.5cm, 2016-20/ Jangbok Ryu

     

[B] 비탈진 사거리에 오후의 그늘이 드리워졌다, oil on linen, 65.1x45 5cm, 2016-20/ Jangbok Ryu


이 그림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다른 시간대에 그린 세 개의 그림을 하나의 화면에 병존시키고 있다. 좌로부터 [A]는 거리가 보이는 2층 실내의 공간이며, 작가의 시점(視點)이 위치한 장소다. [B]는 추운 겨울의 거리풍경을, [C]는 그 거리의 봄날 풍경을 표현하고 있다. [A], [B], [C]가  각기 별도의 작품이면서도, [A-B-C]가 연결된 하나의 작품이다.      

[A-B-C] 406의 창_oil on linen_65.1x136.5cm_2016-20/ Jangbok Ryu

     [A], [B], [C] 각각에 매번 동일한 목각인형이 등장한다. 창가 선반에 ‘놓여져’ 있다가(A), 거리를 ‘살피더니’(B), 마침내 거리의 행인으로 ‘거닐고’ 있다(C). 인형이 사물에서 행위자로, 소극적 행위에서 적극적 행위로 이동한다. 하지만 목각인형의 실제 위치는 (비례로 유추해 보건대) 여전히 ‘선반 위’다. 다만 인형의 크기가 계속 커지고 있다. 작가는 거리를 내다보는 자신의 시선과 마음을 목각인형에 ‘이입’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화가 #형 #류장복 #그림대화

[A-B-C] 406의 창_oil on linen_65.1x136.5cm_2016-20/ Jangbok Ryu     

[A] 언뜻 창턱의 관절목각인형과 눈이 마주쳤던 그 날도 몹시 추웠다, oil on linen, 65.1x45.5cm, 2016-20/ Jangbok Ryu  

[B] 비탈진 사거리에 오후의 그늘이 드리워졌다, oil on linen, 65.1x45 5cm, 2016-20/ Jangbok Ryu  

[C] 연두빛 봄의 기운이 가장자리로 스며들었다, oil on linen, 65.1x45 5cm, 2016-20/ Jangbok Ryu  


작가의 이전글 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