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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복 Apr 26. 2023

맑음 Sunny

[그림대화] 32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참 곱다. 마치 가을이기라도 한 듯 청명(晴明)한 하늘이다. 우거진 나무숲이 한여름의 강렬한 햇빛을 감당하느라 허옇게 이글거리고 있는데도 말이다.      


     완벽한 ‘수평-수직’의 구도 속에서 가로등이 슬며시 기울어진 것이 눈에 띤다. 탄력을 극대화시키느라 한껏 젖혔다가 튀어나가는 참이었나보다. 대낮에 할 일 없는 가로등이 시간여행이라도 가는지, 형체를 흩날리며 하늘 속 어딘가를 빠르게 향하는 것일지도.      


     창가 선반에까지 들이친 햇살은 무대의 조명이 되어, 발등과 발끝을 곧추세운 발레리너에게  갈채를 보낸다. 그 옆, 긴 칼을 든 납작한 기사가 나름 진지한데 풋, 웃음이 난다.      


#화가 #형 #류장복 #그림대화

맑음 Sunny, oil on linen, 90.9x72.7cm, 2014-21/  Jangbok 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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