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에 앉아 내다본 창밖. 새로 튼 보풀한 목화솜을 하얀 새 호청으로 싸매 서걱댈 거 같은 이불 마냥, 눈 덮인 지붕이 폭신하다. 이미 어둠이 내려 산도 서서히 칠흑 속에로 빠져드느라, 쌓인 눈이 유난히 밝고 포근하다.
살금살금 발자국을 남기는 길냥이, 추운데 눈 덮인 지붕엔 왜 올라왔을까? 그나마 굴뚝 연통에 온기라도 좀 남아있으면 좋으련만 ……. 저를 바라보는 기척을 느낀 걸까, 돌아본다.
#화가 #형 #류장복 #그림대화
남동, oil on linen, 72.7x90.9cm, 2014-21/ Jangbok R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