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덤덤한 능선에서 내려오는 산줄기가 힘차다. 황소의 힘줄처럼 선 굵게 꿈틀대는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아니다. 오랜 세월 산 자와 죽은 자의 절절한 사연들로 온몸에 문신처럼 새겨진 상처다. 달빛에 드러나니 더욱 아리다.
어둠이 짙게 깔리자 서서히 움직이는 맹수의 눈빛처럼 시퍼렇게 번뜩이다가도, 할머니 방에 있던 오래된 농의 자개장식 마냥 반짝거린다.
#화가 #형 #류장복 #그림대화
철암랩소디-설산야경, oil on linen, 116.8x433.6cm, 2018-20/ Jangbok R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