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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복 May 09. 2023

중간 후기

[그림대화]

     가볍게 시작했는데, 어쩌다 50회까지 왔다. 형에 대한 관심과 화가에 대한 궁금증이 나를 이끌었다. 사실 처음엔, ‘이렇게 느껴도’ 되는 걸까, 조심스러웠다. ‘형’ 그림이라 부담이 적어 계속 했다.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화면을 보며, 작가의 의도를 탐색했다. 어느 순간, 그냥 나의 느낌과 기억, 상상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비로소 나를 ‘믿게’ 되면서, 작가와 ‘동행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젠 감상자로서 ‘자유’를 더욱 누려야겠다. 내친걸음이니, 100회까지 가보려고 한다. 그림은 아직 무진장이라니 ^^


  ☆ 아래는 감상문 50회, 중간 총괄 감상을 대신하여 써보았다.

--


     ‘창’     


     Ryu 작가는 창(窓)을 많이 그린다. 아니, 창을 통해 지각되는 창밖의 공간을 연작으로 꾸준하게 그린다. 왜 창일까, 궁금해졌다.      


*

     창은 작가가 매일 잠에서 깨어 제일 먼저 외부세계를 보게 되는 유일한 시야의 통로일 거다. 창밖의 여전함을 통해 자신이 존재함을 확인한다.


     하지만 창밖의 세상은 한시도 여전(如前)하지 않다. 시시각각 변하고 계절 따라 달라진다. 어쩌면 한 순간도 동일하지 않다. 작가는 그런 시간성을 예민하게 느끼면서 변하는 창밖의 모습을 관찰하고 재현한다.      


     작가의 ‘창’ 연작 대부분은 짧게는 1,2년 길게는 10년 가까운 시간에 거쳐 완성한다. 그 사이 재현의 대상이 바뀌고, 화면 구성의 맥락과 구도가 변하기도 할 거다. 세계와 대상의 시간성만이 아니라, 작가의 감각작용과 사유의 시간성이 화면 위에서 ‘두께’로 물질화된다.


     또한 작가가 화폭에 옮겨 재현하는 세상은 ‘창밖’의 대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다른 장소, 다른 대상을 끌어다가, 마치 창밖의 현상인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재현한다. 창밖의 세계는 무한으로 확장한다. 심지어 과거의 기억과 상상을 가져온다. 그렇다면 ‘창밖’은 작가의 경험과 기억, 사유와 상상의 세계인 셈이다.         


**

     그렇다면, 굳이 왜 창인가? 왜 창틀이라는 물리적-시각적 한계를 설치하여, 그 안에 재현의 대상을 가두려는 것일까?


     그것은 작가 내면의 세계를, 작가가 자신의 존재를 그림(화면) 속에 드러내는 행위다. 대상(세계)을 타자화하는 동시에, 자신의 존재와 자신의 영역을 확인하는 장치다. 즉, 창 안쪽의 공간을 암시하고, 창안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작가의 행위를 추측케 한다. 작가가 창밖의 대상을 마주하는 거리가 예측된다. 매우 익숙하고 안정된 시(視) 지각의 거리감이다.


     또한 창틀의 장치는 ‘창틀에 든 세상’을 제시함으로써, 감상자에게 창밖의 세계를 직접 대면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준다. 작가가 ‘편집’하여 제시한 (걸러진) 화면이므로, 감상자는 곧바로 작가의 메시지 탐색에 착수할 수 있게 한다.       


***

     작가가 직접 화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창가 ‘선반’이 작가를 매개한다. 선반에는 다양한 소품들이 올려져있다. 방에 놓여있던, 굴러다니던 소품을 가져다 놓았을 수도 있고, 어디선가 짚어와 작가가 놓았을 것이다. 어쨋든 작가가 직접 선택하고 배치하는 대상들이다.


     창틀과 선반은 풍경과 정물이 공존하게 하는 장치다. 창 너머엔 작가가 ‘마주하는 세계’가 풍경으로 펼쳐진다면, 창 안쪽 선반 위에는 작가의 ‘내면의 단서’를 담고 있는 정물(靜物)들이 늘어선다.


     창틀과 선반이 이루는 수직-수평의 화면 구도는 감상자에게 안정감을 준다. 그 안에 어떠한 대상이 나타나던, 또 어떠한 사건이 벌어지건, 안도감을 준다.


     간혹 창틀 옆에 벽면이 이어지기도 한다. 그 때 벽면은 실체적 벽이라기보다는, 그저 추상적 이미지의 평면 공간으로 다가온다. 벽면의 직사각형 공간에 채워진 ‘색채’가 화면 전체의 기분과 분위기를 주도하곤 한다.


#화가 #형 #류장복 #그림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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