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넓은 화면을 빼곡히 메우는 것도 ‘큰일’이겠지만, 이렇게 간결하게 표현하는 일은 또 얼마나 큰 결단일까.
벽에 비스듬히 기댄 채,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다리를 겹친다. 몸의 중심을 벽에 내맡긴 채 뭘 그리 뚫어져라 응시할까.
위쪽에 끼워 넣은 듯 그려진 검정 사각이, ‘넘어질까?’ 중력의 작동을 의식하게 한다. 검정과 하양의 경계에 시선이 쏠린다. 경계선은 견고한 밀착이었고, 기댄 이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어 다행이다.
온통 푸른 벽의 기하학적 직선에서 슬며시 흐르듯, 느슨하게 밀려나온 사선에 마음이 한결 누그러진다.
단조로움 속 움직임, 정중동(靜中動)의 기운이 느껴진다. 기하학적 추상 속에서도 일상의 이야기가 다가온다.
#화가 #형 #류장복 #그림대화 #추상 #기하 #정중동
3호선 역에서, 145.5x 296.9cm (변형), acrylic on linen, 2021/ Jangbok R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