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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복 Jan 25. 2022

황금박쥐와 요괴인간

만화영화와 레슬링 (1)

   요즘 애들에게 인터넷 게임은 밥이요 공기라고 한다. 온라인 게임이 기본적인 일상이 되었다는 얘기다. 특히 남자애들은 그 정도가 심해 엄마들이 애를 태운다. 내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돌아보면 크게 다를 게 없었다. 게임과 놀이의 종류가 다를 뿐 온종일 애들과 게임하고 놀았다. 그야말로 깜깜해지거나 배가 고파서 더 이상 놀 수 없을 지경이 되어야 놀이를 파하고 집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다음 날 골목에 모여 다시 놀았다.

   딱지와 구슬, 팽이가 가장 대표적인 게임이자 놀이였다. 특히 딱지와 구슬은 게임의 승부가 곧 소득과 부(富)로 직결되므로 텐션이 높다. 맨몸으로도 박진감이 넘치는 말타기는 남자아이들에게는 필수코스며, 살벌한 지경으로까지 치닫기 일쑤다. 전봇대 하나로 큰 애 작은애 구별 없이 여러 애들이 함께 비교적 평화롭게 즐기는 다방구와 술래잡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가 있다. 그 밖에도 자치기와 사방치기, 땅따먹기 등등 ……, 요런 것들은 동네 애들 누구나 언제 어디서라도 참여할 수 있는 놀이였다. 그러나 아무나 누릴 수 없으면서도 몸을 움직이는 수고와 놀이의 기술 없이도 흠뻑 빠져드는 아주 차별적인 오락이 나타났다. 바로 텔레비전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만화영화와 레슬링이었다.     


   만화영화 하면, <황금박쥐>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텔레비전에서 처음 방영되었을 때가 내가 국민학교에 들어가기 바로 전이었으니 67년도쯤이었지 싶다. 얼굴은 해골의 형상인데 온몸은 반짝반짝 빛이 나는 황금색이었다. 그때는 텔레비전이 모두 흑백이라 황금색이 보일 리 없었지만, 만화책에서는 번쩍번쩍하는 황금색이 분명했다. 온몸을 덮을 정도로 넉넉한 망토를 두르고 날아다녔는데, 총으로도 그 망토를 뚫을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세찬 바람을 일으켜 악당들을 날려버리기도 했다. 미스코리아 진이 되면 상으로 받는 그런 모양의 실버 지팡이를 들고 다녔는데, 엄청난 화력을 뿜어내며 악을 무찌르는 무기였다. 황금박쥐 앞에는 좀 길지만, 수식어가 따른다. 바로 ‘지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악당과 싸우는 정의의 사도’ 황금박쥐다.

   “황금박쥐 도와줘요~”

   “음하하하하~”

   주인공들이 위기에 처해 도와달라고 외치면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바로 나타난다. 그리고 동네 애들이 웬만하면 거의 다 외우고 다니는 주제가가 흘러나온다.

   “황금박~쥐 어디 어디 어디에서 오~느냐 황금박~쥐 빛~나는 해골은 정의의 용사다 힘~차게 날으는 …… ”

   이때, ‘어디, 어디, 어디에서’ 대목을 부를 때는 절도 있는 창법이 중요하다. ‘어디’ 다음을 강하게 끊어서 스타카토를 확실히 주어야 한다.

   황금박쥐는 처음 나온 만화영화라서 인상이 강하게 박혔지만, 실제로 기억에 남는 만화영화는 역시 <요괴인간>이었다. 내가 국민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텔레비전에 나왔을 텐데, 벰, 베라, 베로 삼남매 요괴가 주인공이다. 셋 중 중간인 베라가 여자고 벰과 베로는 남자 요괴였다. 이들 삼남매는, 인조인간을 만들려던 과학자가 채 완성하지 못하는 바람에 몸은 사람과 다를 바 없지만 얼굴은 괴이한 요괴의 모습으로 태어났다. 아, 손가락도 세 개뿐이었다. 듬직한 맏이인 벰, 과감한 추진력을 가진 베로, 막내답게 장난기가 많지만 꾀돌이인 베로가 인간이 되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악당 요괴들을 물리치는 통쾌한 만화영화였다.

   그리고 당시 김일 선수가 국민 영웅으로 활약하면서 열풍이 불었던 프로레슬링을 배경으로 한 <타이거 마스크>가 있었고, 기역(ㄱ)자 모양의 부메랑 표창을 던지며 바닷속을 무대로 활약하는 <마린보이>와 밀림을 휘어잡는 아기사자 <레오>도 있었다. 이들 만화영화 주인공들은 문방구에 가면 종이가면으로 모조리 갖춰져 있었는데, 미리 도무송 칼집이 나 있는 눈 코 입을 뜯어내고 귀에 거는 고무줄 끈을 달아서 쓰고 다녔다. 그러다가 중학교에 다닐 무렵 <독수리 오형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5대의 비행기가 합체하여 엄청난 위력으로 적을 물리치는 줄거리였다. 특히 이들 5총사가 하늘을 향해 팔을 쳐들며 “크로스”를 외치는 합체 의식은 절정과 승리의 상징이었다. 그 바람에 동네 골목에서 걸핏하면 애들이 팔을 쳐들고 코로스를 외쳤다.

그 후로도 여러 만화영화가 나왔겠지만,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는 점차 멀리했던 탓인지 별 기억이 없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짜짜짜짜짜짱가”

   아마도 <우주소년 짱가>가 있었고, 짱가와 유사한 것으로는 <마징가Z>와 <태권브이>가 있었다. 로봇이 주인공인 것으로 치면 <우주소년 아톰> 원조가 아니었나 싶다. 이들의 공통점은 주인공이 모두 로봇이라는 점인데, 황금박쥐와 벰 베라 베로는 인간은 아니지만 인간화된 캐릭터였고, 마린보이, 그리고 독수리 오형제는 모두 인간이었으며, 레오는 동물이었다. 그 당시 태권브이들이 진화해서 요즘의 트랜스포머(변신로봇)들이 되었을 거고, 황금박쥐나 요괴인간, 독수리 오형제처럼 인간 또는 인간화된 주인공들이 진화해서 지금의 어벤저스들이 되었을 거다.


#미아리의추억 #만화영화 #게임 #황금박쥐 #요괴인간 #어벤져스 #트랜스포머

류해윤_호랑이 일가족_종이에 아크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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