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
봄맞이 아울렛 쇼핑을 갔다. 날씨도 따뜻하고 벚꽃도 슬슬 피어나고 완연한 봄이 오기 전이지만 이미 봄맞이 준비를 마친 아울렛 안은 화사한 색으로 알록달록 했다. 나는 백화점이나 아울렛에 가면 꼭대기층부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며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엄마와 함께 가면 엘리베이터를 타는 게 물론 안전하다. 하지만 나는 에스컬레이터 타며 구경하는 걸 좋아하고,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하시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답답한 네모 상자 안 보다는 탁 트인 레일을 선택한다. 올라갈 때는 감으로 대충 올라설 수 있지만 내려오는 방향을 탈 때는 앞으로 넘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하면서.
마지막으로 2층에서 1층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에 조심히 올라탔다. 나와 함께 얍. 하고 동시에 발을 딛고 나는 한 계단을 내려와 엄마 앞에 선다.(뒷사람이 먼저 내려갈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러면 엄마는 자연스럽게 내 어깨를 잡으신다. 자리를 잡고 앞을 내려다보니, 우리에 앞서 4살 정도 돼 보이는 꼬맹이와 엄마가 먼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고 있었다. 엄마는 언제 앞으로 튕겨나갈지 모르는 아이를 다리 사이에 넣어 1차로 잡고 팔로 어깨를 단단히 잡아 2차로 고정하고 있었다. 귀여운 모습에 엄마에게 그 모습을 설명했는데 설명하고 보니 우리 모습과 꽤 닮아있는 것 같아 나 혼자 웃음이 났다. 아이는 1층에 도착하자마자 엄마의 사지 결박에서 벗어나 용수철처럼 튕겨 나갔다. 우리도 천천히 1층에 도착했고 엄마에게 내가 손을 내밀자 엄마는 에스코트를 받듯 우아하게 그 손을 잡고 내렸다. 닮은 듯 다른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