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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나

비교

by 갱쥬

"엄마는 비교가 뭐라고 생각해?"


엄마에게는 이상적으로 꿈꾸는 가정의 모습이 있었다.

모든 면에서 가족을 일 순위로 두는 식구들과 월마다 하는 가족회의. 가족 여행. 서로를 진심으로 위하는 가족의 모습. 엄마와 친한 사람이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고 엄마는 진심으로 우리 가족이 엄마 친구 가정의 반만 따라가길 바랐다.


엄마의 바람이 너무 간절했을까. 꽉 움켜쥐려 할수록 더 안 되는 것들이 있다.

아빠는 가족밖에 몰랐으나 가정적이진 않았다. 가족회의는 고사하고 가족여행도 가지 않았다. 그저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다 주기만 할 뿐 같이 쓰는 방법은 몰랐고 그저 성실하시기만 했다.

언니는 집보다 밖이 좋은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롤러브레이드를 타고 동네 비탈길을 장악했던 꼬맹이는 커서는 춤에 빠져 학교를 주름잡았다. 나이가 들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개뿔. 이놈의 체력은 에너자이저인지 술에 빠져 이젠 밤문화가 좋다신다.

나는 엄마가 바라는 대로 고분고분 컸다. 둘째는 본능적으로 눈치가 빠른데 언니가 부모님한테 혼나는 행동은 귀신같이 하지 않았다. 언니가 공부에 관심이 없으니 나는 공부를 했다. 언니가 밖으로 돌아다니니 나는 집을 지켰다. 하지만 나도 뭐. 엄마의 기대대로 큰 것 같진 않다.


집을 지켰던 나에겐 결이 다른 문제가 있었다. 엄마의 꿈의 가정 속에 실존하는 친구 딸들에 대한 열등감이었다.


내가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문제가 생겼거나, 공부할 때 힘이 들다거나 하면 엄마는 방법을 제시해 줬다. T적 성향이 다분한 엄마는 어떻게든 딸이 고난을 헤쳐나가길 바라는 마음에 해결책을 제시했을 거다. 엄마 친구 딸들은 이런다더라. 저런다더라. 하면서. 처음엔 나도 스스로가 그 말들에 불편함을 느끼는지 몰랐다.

어느 날은 듣다가 말이 모나게 나갔다. 그제야 '이거 비교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지하고 나니 더 이상은 듣고 싶지 않았다. 비교하지 말아 달라고 말씀드리자 엄마는 펄펄 뛰셨다.


이게 무슨 비교냐. 본인의 '의도'는 비교가 아니었다.라고.


싫다고 했음에도 엄마의 방법 제시는 이어졌다. 말끝에 이거 비교 아니다.라는 말이 따라붙었다.

엄마 입장에서는 당신의 좁은 인간관계에서 옳은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좋아 보이고 내 자식에게 좋은 팁을 알려주고 싶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줄 알면서도 나는 엄마의 '비교'가 아닌 좋은 해결책을 들으면서 스스로가 모자란 사람 같았다. 내가 나인 게 괜찮지가 않았다.


열등감 때문이었을까 내가 모자란 사람이어서일까? 나는 엄마 친구의 딸들처럼 성장하지 못했다. 착하지 않았고 부정적이었다. 공부를 썩 잘하지도 못했다. 엄마는 엄마 친구 딸들과 내가 친하게 지냈으면 하셨지만 그녀들과 친하게 지낼 수도 없었다. 사는 물이 다른 것 같아서인지 자꾸만 긴장하게 되어서.


몇 번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학을 떼고 나자 엄마는 내 앞에서 엄친딸들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게 되었다. 그래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걸 참지 못하실 때가 있었다.

자취하는 언니가 우리 가족과의 약속을 완전히 잊은 사건이 최근에 있었다. 잊은 것도 열받는데 적반하장으로 굴어서 엄마가 한동안 분노를 참지 못하셨다. 최대한 혼자 삭히려고 하셨지만 내가 옆에 있을 때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엄마의 분노를 이해했지만 최대한 중립을 지키려 노력하며 대화를 했다.


엄마는 불쑥 이루지 못한 꿈의 가정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그리고선 얼른 비교가 아니라고 덧붙이셨다. 이야기가 주제 밖으로 흘러갈 것을 알고 있지만 나도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럼 엄마는 비교가 뭐라고 생각해?"


엄마는 모르겠다고 말씀하시고는 한숨을 쉬셨다. 엄마의 의도는 나도 알 것 같다. 나쁜 마음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어쩌면 엄마가 너무 착한 사람이라 우리와 어울리지 않는 거 아닐까. 엄마가 원하는 가정 안에서는 엄마도 행복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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