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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나

엄마 왜 울어요? 지켜주고 싶게.

by 갱쥬

(사진 출처: 상속자들)


난 어렸을 때부터 엄마를 지켜주고 싶었다.


엄마가 날 낳은 나이가 28살. 내가 그보다 나이를 더 먹고 나니 엄마는 약한 게 아니었다.

그저 모르다보니 무서운 상태에서 더 나은 선택을 위해 발버둥 쳤다는 걸 알게 됐다. 28살이 뭘 알까. 애기인데. 게다가 엄마는 핸디캡까지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났다.

그런데 어린 내 눈에는 그저 엄마가 약하게 보였다.


처음 엄마를 지켜주고 싶었을 때가 5살쯤이었을까? 우리 집은 공동 주택 2층에 살았는데 어느 날 저녁, 밑에 층 아저씨가 술이 취해서는 시끄럽다고 우리 집으로 쫓아왔다. 그때 집에는 아빠가 외출 중이라 안 계셨고 엄마와 나뿐이었다.(언니가 어디에 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엄마가 문은 열어주지 않고 문 앞에서 옥신각신 몇 마디 한 것 같은데 술에 취해서인지 아저씨랑 말이 통하지 않았다. 술 취한 남자 성인이 문을 쾅쾅 때리고 소리를 지르며 가지 않자 두려워진 우리 모녀는 큰 방으로 숨었다. 문을 닫고 이불 안에 몸을 웅크린 채로 엄마가 울었다. 나는 아저씨가 쾅쾅 대는 것보다 엄마가 우는 모습에 더 충격을 받았다.


왜 충격을 받았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어릴 때 내 감정을 백 프로 이해할 수 없지만 난 아마 그때 엄마의 모습을 보며 날 지켜줄 어른은 없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대신 내가 엄마를 지켜주고 싶었다.


내가 자랄수록 엄마를 지켜야 할 상황이 많아졌다. 평소에는 얌전한 성격의 아빠가 부부싸움을 하며 엄마에게 폭언을 할 때, 친할머니가 이모할머니, 이모할아버지까지 대동해서 우리 집을 몇 번이나 하숙집처럼 이용했을 때, 이모할머니가 시어머니 노릇하며 엄마를 긁어댈 때. 여지없이 내가 출동했다. '쌈닭'의 애티튜드를 갖고 말도 안 되는 걸로 엄마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쪼아주고 같이 긁어줬다. 쌈닭은 내 부캐 중 하나였다.

엄마는 그런 상황이 올 때면 겸연쩍어하고 미안해했다. 난 한 건 하고 나면 가슴을 쭉 펴고 위풍당당해졌다. 전장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장수처럼.

곰새.jpg 쌈닭 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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