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록햄튼의 [ROADRUNNER:NEW LIGHT NEW MACHINE]
[ROADRUNNER:NEW LIGHT, NEW MACHINE]
브록햄튼(BROCKHAMPTON)은 리더 케빈 앱스트랙(Kevin Abstract)이 결성한 그룹이다. 첫 시작은 ‘Kanye To The’라는 힙합 포럼 사이트를 통해 멤버들을 모아 결성한 그룹 얼라이브신스포에버(AliveSinceForever)다. 이후 몇 번, 멤버가 교체되었고 2015년도에 재브랜드화 한 것이 지금의 브록햄튼이다. 현재는 13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현존하는 여러 힙합 그룹들과 다르게 독자적인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는데, 바로 힙합그룹이 아닌 보이밴드라고 지칭하는 것이다. 이는 힙합이라는 틀 안에 얽매이기보다 R&B, 팝, 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보여주는 그들만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첫 정규앨범을 2017년도에 발표한 이후로 이들은 2020년까지 총 5개의 정규를 발표하며 다작을 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건 바로 여러 방면으로 구성된 멤버들 덕분이다. 브록햄튼은 래퍼와 보컬뿐 아니라 그래픽 디자이너, 프로듀서, 사진작가 등 다양한 멤버들로 구성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소속사나 또 다른 누군가의 도움 및 간섭 없이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D.I.Y 방식의 작업을 고수해 왔고 이것이 바로 다작을 가능하게 했다.
그들은 정규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항상 ‘보이밴드’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명시했고 또 리스너들에게 그렇게 불리기를 원했다. 하지만 올해 4월에 발매한 <ROADRUNNER: NEW LIGHT, NEW MACHINE>은 지금까지의 작품과는 조금 다르다. 리더인 케빈 앱스트랙은 인터뷰에서 “나는 단지 음악을 만들고 싶고, 이 시점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부르도록 하고 싶어 한 가지만 밀어붙이고 싶지는 않아"라고 언급하면서 이번 앨범은 처음으로 ‘보이밴드’라는 정체성에 싫증을 느낀 채 만든 앨범이라고 밝혔다.
일단 눈에 띄는 점은 역시 피처링진이다. 과거에도 몇몇 게스트를 초청해 협업했지만 한 번도 공식 트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브록햄튼의 중심을 잡던 아미르 반(Ameer Vann)의 공백 때문인지 “대니 브라운(Danny Brown)’, “제이펙마피아(JPEGMAFIA)”, “에이셉 라키(ASAP Rocky)”, “찰리 윌슨(Charlie Wilson)”등 꽤 많은 아티스트들이 피처링으로 참여해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도 각각의 멤버들은 그들의 개인사를 랩과 보컬을 통해 들려준다. 케빈 앱스트랙은 그가 경험한 동성애 혐오, 인종차별과 같은 사회적 문제 그리고 아미르 반을 그리워하는 개인적인 이야기(BUZZCUT)를 풀어 냈다. 더불어 다른 멤버들도 전작들과 비슷하게 각자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하지만 주된 주제는 ‘THE LIGHT’에서 멤버 중 한명인 조바(Joba)가 권총으로 자살한 그의 아버지 이야기를 언급하면서부터 나타난다. 조바는 아버지의 자살에 대한 원망과 트라우마를 말하면서 동시에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태도로 아픔을 극복해 내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이 앨범의 주된 주제다.
프로덕션 측면에도 역시 눈여겨볼 만한 점이 많다. 일단 첫 번째 트랙 ‘BUZZCUT’부터 소란스러운 리듬 위에 대니 브라운의 랩이 얹어져 멋진 케미를 보여주며 텐션을 고조시키고 긴장감을 유발한다. 숀 멘데스 (Shawn Mendes)가 참여한 ‘COUNT ON ME’ 와 강렬한 트랩 사운드의 ’BANKROLL’까지, 초반부터 귀를 사로잡는 트랙이 가득하다. ‘THE LIGHT’과 ‘WHAT’S OCCASION’에서는 인상적인 일렉기타 사운드를 바탕으로 힙합과 록 음악과의 크로스오버를 시도했다. 특히 ‘WHAT’S OCCASION’은 또 다른 트랙 ‘DON’T SHOOT UP THE PARTY’와 더불어 지 펑크 느낌의 신디사이저도 등장한다. ‘DEAR LORD’서는 가스펠을 아카펠라로 완벽하게 소화한다.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사운드를 차용하면서도 흐름을 어색하지 않고 매끄럽게 완성했다. 더불어 앨범에 참여한 다양한 피처링진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브록햄튼과 함께 좋은 시너지를 보여준 것도 앨범 완성도를 올리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분명히 이번 <ROADRUNNER : NEW LIGHT, NEW MACHINE>에서 브록햄튼은 지금까지 발매한 5장의 앨범과 비교해보면 음악적으로 다채로워졌다. 또 각각 멤버들의 가사에서 엿볼 수 있는 이야기에서는 그들이 인간으로서도 성숙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을 발표하기도 전에 리더 케빈 앱스트랙은 21년에 두 장의 앨범 발표 후 은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좋은 음악으로 마니아 층과 평단 측의 기대를 항상 만족시켜왔던 그들이기에 리스너들은 슬픔에 잠긴 채 마지막 앨범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