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괜찮아, 더 사랑해도 -
태생적으로 사람을 참 좋아한다.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고, 마음을 나누는 일이 내게는 행복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사람을 사랑하고 마음을 내어주는 일 앞에서 겁쟁이가 되었다. 사랑한다 말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보이지 않는 선을 긋는다. 언젠가는 식어버릴 감정 앞에서 상처받을까 두렵고, 영원히 함께할 수 없기에 떠남의 순간을 견딜 자신이 없어 스스로 경계선을 만들어 버린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쉽게 상처 주고받는 관계의 섬세함 앞에서, 자주 머뭇거리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너무 좋지만, 너무 좋은 것을 티 내면 멀어질까 봐, 좋아하는 감정을 애써 꾹꾹 눌러 담는다.
혼자서 그렇게 내적 친밀감으로 반갑고, 기쁘고, 슬프고, 아프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턴가 관계에 자신이 없어졌다. 아니,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자주 선택하게 되었다. 고립과 고독을 하나로 착각하며 그 안에 머무는 일이 익숙해졌다. 나름 건강한 관계를 만든다는 명분으로 상처받지 않을 거리, 상처 주지 않을 거리를 유지하려 애쓰지만, 물리적 거리와 시야에서 사라지는 이별 앞에서는 애써 지켜온 마음의 벽을 넘어 결국 애달파하는 나를 보게 된다.
언제부턴가 나는 떠나보내는 일에 익숙해져야만 하는 자리에 서 있다. 나는 그대로인데, 사랑했고 마음을 주었던 이들과 각자의 이유로 작별을 해 왔다. 예정된 이별 앞에서 그들이 알아채지 못할 마음의 준비를 하곤 한다. 혼자 울고, 수많은 이야기를 쏟아놓으며 후회와 자책, 감사와 아쉬움, 그리고 그들의 앞날에 대한 축복을 담아 나름의 작별 의식을 오래도록 치른다.
미래를 영원히 함께할 수는 없지만, 함께했던 지난날의 시간은 내 안에 영원의 추억으로 남는다. 그 사실 하나를 붙들며 애달픈 마음을 애써 다독인다. 소중한 인연의 기적을 가슴 깊이 새기며 진통을 견디고, 눈물을 떨군다. 이별의 순간, 그들과 눈을 마주하며 최대한 눈물을 삼키고 의연한 척, 담담한 얼굴로 엔딩을 맞을 준비를 한다. 아마도, 그들보다 내가 그들을 더 사랑했음을 들키고 싶지 않은 비겁함 때문일지도 모른다.이제는 그 비겁함을 버리고 싶다. 상처받을지라도, 두려움 없이 사랑하고 싶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
내 곁에는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된, 선물 같은 존재들이 있다.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완전한 사랑을 다해 살 수는 없지만, 나는 오늘도 있는 힘을 다해 계산 없는 사랑을 하고, 때로는 용서하고, 화해하며, 감사로 추억을 새기기 위해 마음을 쏟으려 한다. 더는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다. 그들의 기억 속에서 내 존재가 기쁨과 위안, 그리고 사랑의 흔적으로 남기를 바란다. 내 마음의 진실함으로 다가가 진정한 우정을 쌓고 싶다.
사랑 앞에서 상처받을까 두려워 애쓰지 말자. 더 사랑하지 못했음을 후회하지 않도록, 오늘을 온전히 살아가자. 사랑하지 못할 존재는 없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두가 저마다의 이유로 사랑스러운 존재들이다. 마음 다해 사랑하고, 사랑을 주고 받으며, 오늘도 그렇게 살아가자. 사랑의 무게 중심이 내게 더 기울어 있다면, 그것 또한 괜찮다. 비겁하게 숨지 말고, 계산 없는 사랑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