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을 내려놓는 시간

by 세우는

완벽해야 하는 줄 알았다.


꽤나 오랜 시간, 타인에게는 관대하면서도 스스로에게는 숨 막히는 잣대를 들이밀곤 했다. 어제의 다짐대로 살지 못하는 오늘의 나를 자책하기 일쑤였다. 좀 더 유연하게 바라봐 주지 못했다.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의 여유를 누리는 건 사치라고 여겼다. 일상의 기쁨을 온전히 맛보지 못했다. 그것이 삶의 최선이자 최상의 길인 줄만 알았다.

나는 과연 누구를 위한 삶을 살고 있었던 걸까.
무엇을 위한 삶이었을까.


스스로의 인생에 대한 질문 하나 없이 완벽을 향해 내달렸다. 하지만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인간은 결코 완벽할 수 없다는 것. 저마다의 한계가 있고, 때로는 굽이도는 시간이 있다는 것. 내가 원하는 방향과 생각의 흐름대로 살아지지 않는 때도 있다는 것을,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지나며 깨달았다. 지나온 시간 속에서 과도하게 설정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자신을 냉대하고, 가혹하게 채찍질하느라 행복을 놓치며 살았다. 결코 완벽할 수 없는 삶을 쫓느라 너무 많은 날을 버렸다. 거짓된 허상 속에서 허망한 목표만 좇는 바보로 살았다. 번아웃된 삶 앞에서, 왜 이토록 힘겹게 살아왔을까. 뒤늦은 자책과 후회가 밀려왔다.




다시 행복을 되찾고 싶었다.

그리하여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완벽해지려는 괜한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그제야 ‘완벽’이라는 이름이 삶 앞에서는 교만이자 자만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부족하고 실수 많은 나 자신을 가장 먼저 안아주는 내가 되기로 했다. 타인의 시선 속 인정과 평가에서 벗어나 있는 모습 그대로 나를 쓰다듬어 주는 손길이 되기로 했다. 나를 사랑하는 일이 이토록 낯설 줄 몰랐다. 어색하고 서툰 시간을 지났다. 실수와 실패, 한계 앞에서 “괜찮다, 힘들었겠다.” 스스로를 다독이는 순간, 그제야 내 안에서 미안함과 안쓰러움이 밀려왔다. 그렇게 한동안, 스스로를 달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한계를 지닌 존재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모든 걸 잘할 필요도 없다. 나와 너의 빈자리를 서로 채워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타인의 잘남 앞에 시기와 질투 대신 존재를 인정하며 따뜻한 박수를 보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삶은 이미 성숙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나의 한계를 품듯, 타인의 실수와 잘못 앞에서도 한 번 더 “그럴 수도 있지.” 그 넉넉한 시선으로 감싸 안아 주며 함께 걸어가면 된다.




어쩌면 인생은 우리가 그리는 그래프와도 같다. 누구나 마음속으로는 수직으로 치솟는 선을 꿈꾼다. 원하는 대로, 바라던 대로 성취의 선이 곧게 솟구치길 바라지만 인생은 우리가 그린 좌표 위에서만 움직이지 않는다.

때로는 그 선이 오르지 않고, 엉뚱한 방향으로 휘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괜찮지 않을 이유는 없다. 조금 더 완만하고 넉넉한 곡선을 그리며 이전에 담지 못했던 것들을 천천히 담아내는 삶도 있으니까. 작은 선택 하나, 미세한 용기 하나가 예상치 못한 변화를 일으키는 인생의 나비효과처럼, 완벽을 내려놓는 한 걸음이 내일의 그래프를 새롭게 바꿔 놓을지도 모른다. 비록 실수하고, 실패하고, 잠시 멈추어도 괜찮다. 다시 일어서면, 나만의 속도로 조금씩 자라나는 그 곡선이 결국 나의 인생 그래프가 되어줄 테니까.




비로소 깨닫는다. 인생의 가치는 선의 높이가 아니라 방향에 있다는 것을. 잠시 멈추어도, 천천히 걸어도, 나비의 날갯짓처럼 내 안의 변화가 세상을 향해 잔잔한 울림을 만들어 갈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곡선을 따라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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