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곧 다시 만나요.

by 세우는

또 한 번의 갑작스러운 작별을 했다.

익숙했던 이름 하나가 사라지고, 늘 있던 자리에 빈 의자 하나가 남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계속될 것 같던 만남이 오늘의 안녕이 되어버렸다.


그제야 깨닫는다. 삶의 모든 복잡한 일들이 사실은 덧없고, 지금 이 순간이 전부라는 것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반짝반짝 빛나는 선물 같은 시간임을.




자세히 알지도 못했건만, 마음이 많이 가는 분이었다. 매주 토요일, 새벽을 여는 그 시간. 늘 같은 자리, 암묵적인 고정석이 있었다. 언제나 내 뒤편에서 마치 나를 지켜주는 듯 앉아 계시던 그 모습이 지금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단신의 키, 둥근 모자를 눌러쓰신 둥근 체형의 어르신. 몇 번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어르신임에도 어린아이처럼 맑고 수줍게 웃으시던 그 웃음소리가 아직도 귀에 맴돈다. 고령의 연세 탓에 좌우로 흔들리던 뒤뚱뒤뚱한 걸음걸이마저 왠지 모르게 마음을 두드렸다.


깊게 파인 잔주름 사이로 고단했던 오랜 삶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는 듯했다. 하지만 삶의 흔적을 뒤덮은 평온과 온유가 그 얼굴에 담겨 있었다. 그분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다. 진짜 아름다움의 기품은 화려한 겉모습이 아닌, 잔주름 사이로 스며 나오는 따뜻함과 평온함이 아닐까.


나는 훗날, 어떤 인상을 남기게 될까.

나의 마지막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그때 나는, 어떤 삶을 살았노라 말할 수 있을까.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서, 인생의 복잡한 것들이 단숨에 단순하고 명료해진다.

우리는 마치 영원을 사는 듯 현재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언젠가 나 역시 이 땅을 떠날 그날, 그리고 내 곁의 사랑하는 이들을 보내야 할 그날,

조금 덜 후회하고, 미련이 남지 않는 삶이길.

한 번의 사랑을 표현했음에 위안을 얻고, 한 번의 용서에 감사할 수 있는 삶이길.

영원할 수 없는 삶 앞에서, 움켜쥐기보다 펼쳐내는 삶을 살고 싶다.


내게 주신 힘과 사랑을 한 번이라도 더 나누고, 내 곁의 사람들을 더욱 소중히 여기기를.

그렇게 서로의 작별 앞에서 짧지만 깊은 애도의 시간을 가지며, 함께 살아냈던 모든 날이
그 자체로 축복이었음을 고백할 수 있기를.

한 줄기 반짝이는 눈물을 흘려보내며, 머지않은 그날, 우리 다시 만나기를.


인사 없이 떠난 그 자리,

그리움과 아쉬움의 빈자리를

영원을 향한 소망과 염원으로 채워 넣는다.





사랑하는 그대들이여, 우리, 곧 다시 만나요.

우리가 그토록 염원했던 그곳에서,

그때는 우리가 함께한 시간으로,

이름 대신 마음으로 서로를 알아보기를.

그때는 눈물이 아닌,

기쁨의 환희로 다시 안아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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