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결혼을 믿었다.

안정감이라는 단어의 함정

by Jihyun

사람들은 말한다.

결혼은 ‘안정감’이라고.

혼자보단 둘이 낫고,

누군가 곁에 있으면 외롭지 않을 거라고.

나 역시 그렇게 믿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혼자서 월세를 내고,

출근길마다 밀려드는 피곤함 속에서도

내가 번 돈으로 나에게 조그만 선물을 할 수 있다는 건

꽤나 든든한 기쁨이었다.

그 무렵, 누군가 내게 다가왔다.

차분한 말투, 성실한 태도,

내가 생각하던 ‘괜찮은 사람’이었다.


그 사람 곁에 서 있으면 왠지 마음이 차분해졌다.

불안했던 일상의 속도에서 잠시 멈춘 듯한 느낌.

그래서 믿었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안정감’이구나.


그 사람과의 결혼은

‘이제 나도 어른이 되었구나’ 하는 뿌듯함을 안겨주었다.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건 따뜻한 일이라 여겼고,

함께 밥을 먹고, 계절을 지나고, 나누는 일상이

곧 사랑이고, 그게 안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결혼이 주는 안정은

‘그 사람’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따라 다르다는 걸.


안정감은 관계 안에서 생겨나는 감정이 아니라,

관계가 무너질 때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내 안의 힘’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나는 너무 늦게 배웠다.


나는 그 사람에게서 안정감을 느끼고 싶어 했고,

그 사람이 나를 흔들 때마다 나는 같이 무너졌다.

그의 기분에 따라 나의 하루가 결정되었고,

그의 말 한마디에 나의 자존감이 무너졌다.

계속 되는 폭언과 폭행에 나는 점점 익숙해졌으며

그게 사랑이라고 착각했다.

그게 맞춰가는 것이라고 착각을 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사랑으로 생긴 안정이 아니라

강자에게 기댄 의존이였다.

그리고 의존은 언젠가 균열을 일으킨다.


결혼은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가 아니라

내가 나를 지킬 수 있을 때 비로소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결혼은 내가 나를 잃고 그 안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나답게 살면서’ 함께 걷는 길이어야 한다.


‘안정감’이라는 단어에 속아

나는 너무 쉽게 결혼을 선택했다.

돌이켜보면,

그 시간은 상대와 다투기 싫어 나를 버리고

나란 존재가 곧 그사람이 되기 위해 사는 삶.

나라는 사람은 없고 그사람만 있는 결혼.

그 결혼은 나에게 안정이 아니라

깊은 불안의 시작,곧 균열의 시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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