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투자 성공이야기
카카오 대리기사앱에는 2가지 방식의 대리콜이 있다. 하나는 카카오 T를 통한 대리요청, 나머지 하나는 일반적인 대리콜 회사의 콜이다. 일발적인 대리콜의 경우 옆에 "제휴"라는 것이 뜬다.
대부분 현금결제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런 콜은 직접 현금을 받아야 한다. 사실 이런 경우는 약간 기대도 된다. 술 한잔한 고객 분께서 기분이 좋으면 팁도 줄 수 있으니깐. 반면, 약간 돌아가는 경유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불결제를 미끼로 좀 돌아가자고 딜을 하는 고객도 있다. 현금 결제 콜을 수락하고 난 뒤, 손님에게 가 보니 역시 뒤에 누군가 타고 있었다. 경유하겠구나.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경유 요청이 그리 기분 나쁘지 않았다. 일단 차가 매우 깔끔했고 무엇보다 나를 배려하여 시동을 걸어놓고 열선 시트까지 켜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손님을 만나면 어떤 대화를 이어갈까 매우 흥미롭다. 다행히 경유지는 목적지 방향에 있었다. 옛말에 "끼리끼리 논다는"는 말이 있다? 고객도 참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큰데 경유지에 내리는 고객의 친구분도 고급 요구르트 윌을 나한테 주며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을 건네는 것이 참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이 고객은 내가 처음 볼 때부터 항상 웃고 있었다. 뭐가 그리 즐거울까? 나도 모르게 긴장감이 해제되어 대뜸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항상 웃으시네요. 너무 보기 좋아요"라고 대화를 건넸다. 80년생 나랑 동갑이다. 두 아이의 가장이며 맞벌이 부부이며, 무일푼으로 시작하여 대학가 인근 원룸건물에서 월세를 받고 있으며 현재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에 다니는 딱 중산층의 표본이었다. 일주일 전에 성과급을 받았는데 세금을 무려 800만 원이 제외하고 2700만 원가량을 받았는데 기분 좋게 대학 친구들에게 한잔 쏘는 날이었다고 한다.
40대 중반 가장의 대화는 '머니머니' 해도 돈 얘기이다. 부모한테 도움 받은 것 하나 없이 무일푼으로 시작해 현재 학원을 운영하는 아내와 함께 두 자녀를 키우는데, 1억을 주고 산 방 15개짜리 대학가 인근 원룸건물이 10억이나 올라 그거 때문에 버틴다는 말... 내가 보기엔 버티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상위 5%에는 들 정도의 자산가인 듯한데 말이다.
누구나 알만한 안정적인 대기업에 자녀도 둘, 한 달에 500만 원이나 적금을 넣는 가장, 이런 사람도 걱정거리가 있는지 궁금했다. "사장님은 걱정이 없을 거 같아요,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맞벌이에 애들도 별 탈 없이 잘 크고 있고 너무 부럽습니다" "아이고, 걱정이란 것 뭔가 있어서 고민하고 스트레스받는 게 아니라, 알 수 없는 미래에 또 뭐가 일어날 것인지 그게 불한게 걱정 아닌가요? 남의 속은 알 수 없어요. 저도 매일 스트레스받으며 걱정거리 엄청 많아요." 참으로 부끄러운 우문현답이었다.
그래서 대화를 주제를 바꾸었다. "그럼 사장님 40대 중반 저랑 같은 나이인데, 이제껏 가장 잘했다고 생각한 건 뭐예요" 한참을 고민하다, 부모 얘기를 꺼낸다. 힘들게 막노동하면서 대학까지 보내줬는데 장남 입장에서 부모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사회생활해서 모은 돈 1억을 투자해 산 대학가 인근 원룸이라고 한다. 수익률 20%가 넘었으며 10년 만에 매입할 때의 보증금을 다 갚았다고 한다. 현 시세는 10억 이상. 본인 원룸과 부모님 원룸까지 원룸으로 부모님 먹고살게 해 준 게 너무 뿌듯하다고 한다.
이분은 원룸 전문가였다. 이때부터 원룸 얘기만 20분 이어졌다. 원룸 수익률은 무조건 10% 이상이어야 하며, 딱 내 돈 현금 1억만 투자할 물건을 찾아야지 그 이상의 돈이 투자된다면 나중에 다시 매물로 넘기기가 힘들다는 것, 대학도 꼭 국립대일 것, 그리고 학생수가 많은 공대 근처일 것, 술집 유흥가가 많은 쪽보다는 한적한 주택가일 것,.. 그만의 원룸을 구하는 원칙이 있었다.
원룸을 사서 다시 매물로 내놓으면 무엇보다 내가 투자할 돈이 적어야 잘 팔리기 때문에 절대 보증금을 갚으면 안 되고 대출 이자를 갚아 나가면서 수익을 봐야 하기 때문에 수익률은 무조건 10%~20% 이상, 학생 수 감소로 인해 대학 학생수도 많이 줄어드는데 국립대의 경우 학생 수 감소의 타격에서 벗어날 수 있단다. 그리고, 학생수가 많은 단과대학을 찾아야 하는데, 집보다는 밖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고, 무엇보다 관리가 좀 덜 되더라도 컴플레이인이 적은 남학생이 유리한데, 딱 공대가 적격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유흥가가 있는 원룸의 경우 부모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한적한 주택가의 원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듣다 보니, 귀가 솔깃했다. 1억 투자해 수익률 15%, 이것저것 뗴고 한해 들어오는 돈이 1500만 원, 원룸 가격 상승은 덤이라는 것인데 듣고 보면 누구나 흥미로운 얘기이다. 손님을 내려 드리고 부동산앱을 켰다. 손님이 말한 그곳, 경북대 쪽문, 공과대학 앞 원룸 매물을 보며 걷기 다시 콜을 잡기 시작했다.